## 예측불가능한 신종산업 향후 20년간 무수히 등장할것" ##
"정보혁명의 향후 전개 과정은 지금 전세계를 휩쓰는 컴퓨터-전자
상거래와는 무관하며, 예견조차 힘든 각 분야의 신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경영철학가 피터 F. 드러커는 1일자 월간지 '어틀랜틱'에
'정보 혁명 이후(Beyond the Information Revolution'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또 "흔히 정보혁명처럼 급속한 진전을 이룬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속도와 사회적 충격은 산업혁명때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가 향후 정보혁명의 전개과정을 예측하면서, 서구 기술혁명
500년사에서 비교의 틀로 삼은 것은 구텐베르그의 이동식 금속활자
(1455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1776년) 및 컴퓨터(1940년대 중반)의
등장. 이들 발명은 각각 인쇄-산업-정보 혁명의 시작을 알렸다. 드러커는
그러나 "이후 50여년간, 이들 발명은 각 산업에서 생산-제조 과정을
혁명적으로 단축했지만, 사실상 그 대상 제품 자체는 예전부터 존재했었다"고
분석했다. 즉, 구텐베르그의 발명뒤 50여년간 모두 7000권의 서로 다른 책이
인쇄됐지만, 다 이전부터 전해오던 책들을 기존의 필사방식에서 대량
인쇄로만 바꾼 정도였다. 또 증기기관이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 종이-유리-
가죽-벽돌 등도 산업혁명기의 신제품은 아니었다. 정보혁명에서 나온 각종
소프트웨어 역시 절차 자체는 변한 것 없이, 종래 수십일 걸리던 절차를
'일상화'했다는 것. 그는 "여태까지 진행됐던 정보혁명의 진정한 충격도
결코 '정보'의 형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각각의 혁명기에서 비로소 그 이전과 이후를 가른 것은 인쇄혁명때 마틴
루터의 독일어 번역 성경-마키아벨리의 '군주론'(1513), 산업혁명때 철도의
등장(1829년), 현재의 정보혁명에선 전자상거래이었다.이들을 통해서 비로소
서구에서 전혀 성경 문구를 인용하지 않은 진정한 문학 활동이나 종교
개혁-종교 전쟁 등의 격변이 일어났고, 철도는 인간의 '정신적 지도
(mental geography)'를 급격히 바꿨다. 상이한 지역 문화가 정치적으로
느슨하게 엮어져 있던 프랑스를 단일 국가-문명으로 묶은 것도 바로 이
철도라는 것. 드러커는 또 "전자 상거래는 지난 혁명때 철도가 정복한
'거리'를 아예 제거해 버렸다"고 밝혔다.
이들 신상품의 영향력은 각 혁명기에서 이후 이들 신상품과는 전혀
무관한 사회제도-기관을 초래했다는 데 있다. 인쇄술과는 무관한 스페인
보병부대, 예수회, 근대 해군, 주권 민족 국가가 태동했고, 증기기관-철도와는
무관한 전신기-사진기-백신의 발명, 근대 비료산업, 일간 신문, 투자-상업은행,
보건 산업 등이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했다. 드러커는 신상품과 무관한 이들
새 제도의 무수한 등장 이유를 "이들이 신상품의 '몸'이 아닌, '정신'에서
나온 후손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즉, 전자가 "혁신과 발명, 신상품과
신서비스를 환영하고 수용하는 사고방식(mind-set)을 정착시켰다"는 것.
그렇다면, 정보혁명기에는 어떤 새 산업과 제도를 예견할 수 있을까.
드러커는 "지금의 정보기술-컴퓨터-정보처리-인터넷과는 별로 무관한 신산업이
향후 20년간 무수히 등장하리라는 것 외에, 아무도 이를 예견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미 진행중인 생명공학, 각종 어류의 대량 양식업은 그 초기 예라는
것. 그는 "외국환 거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보험 제도 등도 곧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러커는 따라서 현재의 정보혁명 단계에선 차기 신산업의 등장을 보장할
'사고방식의 변화'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혁명때는 '장인'을
'전문직', '기술공학자(technologist)'로 존중하고 보상해 주는 사고방식이
이후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에선,
끝내 기술전문직을 '장인(tradesman)'에서 '신사(gentleman)'로 승격하지
못한 사회 분위기가 독일-미국에 비해 이후의 기술 개발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드러커는 이런 맥락에서 '지식 전문가'들을 앞으로 단순히 후한 금전적
보상 뿐만 아니라, 사업의 파트너이자 동료 중역으로 받아들이는 신 사고
방식의 수용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한다. "정보혁명은 실제로는 '지식'
혁명이며, 앞으로 발흥하는 경제와 기술에서 우위를 유지하느냐의 여부는
이들 지식 전문직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 가치를 전체 사회가 받아들이는데
달려 있다"고 했다. 드러커는 "지금까지의 '주주 우선'주의 경영은 따라서
앞으로 반생산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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