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최수종이 KBS가 내년 3월 방송할 대하 역사극 '왕건'
주인공 왕건역을 거머쥐었다. 또 다른 중요 인물인 궁예에는
김영철, 견훤에는 서인석이 캐스팅됐다. KBS는 30일 이같은
주요 배역을 발표하고 "곧 나머지 출연진까지 결정해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작 관계자는 "최수종은 주말극 '야망의 전설'에서 탈주범역을
실감나게 소화했고, 대중적 인기와 청장년기를 아울러야하는 극중
배역에 적격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사극에 많이 출연해 특정 이미지가 굳어진 배우는 가급적 배제했다"고
밝혔다.

김영철이 연기할 궁예는 그동안 포학한 이미지로 알려진 인물.
그러나 이번 드라마에선 심모원려한 책략가로 재조명할 예정이다.
왕건-궁예와 삼각축을 이룰 견훤역 서인석은 '삼국기'에서 김유신,
'한명회'에서 세조역을 했던 연기파 중견이다.

'왕건' 캐스팅은 우여 곡절을 많이 겪었다. '용의 눈물'로 명성을
떨쳤던 김재형 PD가 수뢰 혐의로 입건돼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연출자가
교체됐다. 그 때문에 한달 전에 확정하려던 출연진 결정도 몇차례나
미뤄졌다. 최상식 KBS 드라마 제작국장은 "이번처럼 캐스팅이 힘들었던
것은 처음"이라고 고백할 정도다.

물망에 오를만한 연기자들이 이곳 저곳 출연 로비를 해대는 통에 더욱
애먹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캐스팅은 '왕건' 연출을 맡은 김종선 PD와
작가 이환경씨, 드라마 제작국 간부들이 참여한 '캐스팅 위원회' 합의로
선정했고, 이례적으로 박권상 사장의 최종 결재까지 거쳤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유동근은 '용의 눈물'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했고, 본인도 고사하는 바람에 제외됐다.
최종 낙점을 받은 최수종은 사극 경력이 거의 없고 선이 가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차별성을 보일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란 점을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극 최초로 고려 개국사를 정면으로 다룰 '왕건'은 60분짜리 주2회씩,
100회 이상 방송된다. 고증을 위해 고려 옛수도 개성 왕궁터와 고려촌
답사도 추진하고 있다. KBS는 문경에 짓고 있는 오픈세트 상량식을
이달말 갖고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의상 쇼, 소도구 전시회 등으로
미리 바람몰이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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