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로부터
안녕하십니까, 석종훈입니다. 오늘은 컴퓨터잡지 '아하PC' 신진상
기자의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 박람회 넷월드+인터롭 99
참관기'입니다. 신기자는 애틀랜타 시 조지아 월드 콘그레스 센터에서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모두 5일 동안 열린 행사를 취재한 소감을
이메일클럽 회원을 위해 보내주셨습니다. 다소 긴 글이지만 전문적인
시각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신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석종훈
올림
■넷월드+인터롭 99 참관기
행사지가 애틀랜타라고 해서 조금 막막했었는데 알고 보니 코카콜라,
UPS, 델타 항공 등 미국을 대표하는 많은 회사들의 본사가 애틀랜타에
있었습니다. 경제 규모로도 미국 도시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라고 하더군요. 넷월드+인터롭에 대해서 조금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86년 시작돼 춘계(라스베이거스)와 추계에 걸쳐
해마다 두번씩 열리는 넷월드+인터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통신 박람회입니다. 손정의씨가 소유한 소프트뱅크의 인수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미국의 ZD이벤트사가 이 행사의 주최자입니다.
전세계에서 450여개 업체와 5만여명의 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참가했다고 합니다.
저는 아하!PC에서 인터넷을 담당하고 있지만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몰랐습니다. 이번 컨벤션에 나온 수많은 용어들에 대해서
전에는 전혀 몰랐죠. 기가비트이더넷, SAN, Policy Management
Networking…. 하지만 네트워크 문외한인 저에게도 유달리 눈에 띠는
단어들이 있더군요. 바로 2V였습니다. VPN(가상 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과 VoIP(IP를 통해 데이터와 음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기술)가 화두였던 것이죠. 윈도우 2000을 적극 홍보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 대부분의 업체들은 자사 제품들이 VPN을
지원한다고 한결같이 강조했습니다. 인트라넷의 보안성과 인터넷의
개방성을 동시에 갖춰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의 총아로 올라 선 VPN은
이미 기술적으로는 완성 단계에 들어섰고 본격적인 가입자 모집
단계만이 남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기술을 쉽게 설명하면 애틀랜타로 출장 온 제가 인터넷을 통해
회사 랜 환경에 마음 대로 들어 가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즉 인터넷이라는 공중 통신망을 마치 개인의 사설망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박람회는 VPN의 네트워크 황제
즉위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VPN과 관련해서 네트워크에
저장장치를 합친 SAN이라는 용어도 참 자주 등장했습니다. 랜에
하드디스크를 붙여 놓아 (제가 본 기억으로는 70GB까지 있었습니다),
하나의 망으로 통합된 마을에서 이 장치를 공유하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부스도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VoIP 또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VoIP는 인터넷을 통해
전화나 팩스 등을 보내는 것으로 시내 전화 요금으로 시외 전화 국제
전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구 하더군요. 인터넷 폰과
비슷하지만 달리 게이트웨이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
없다고 합니다. VoIP 기술을 쉽게 설명해주는 대형 도표는 전시장
부스마다 넘쳐났고 여기저기 설치된 전화 부스 또한 VoIP의 높은
인기를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저는 시스코사에서 제공한 전화 카드를
이용해 미국내로 전화를 해 보았는데 아직까지는 일반 전화보다
잡음이 많은 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음질이
좋아지면 대중화까지 걸릴 시간은 의외로 짧아 보였구요
'이용자 주머니 속에 인터넷을 넣겠다'는 요지로 연설한 노키아사의
조르마 올리아 회장의 기조연설이 바로 통신 업체가 품고 있는
인터넷에 대한 기대와 열정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었습니다. 그는
2004년이면 PC보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하더군요. 그런데 그 곳에서 들은 얘기인데 인터넷에 관한 모든
예측은 지나고 보면 다 틀린다고 합니다.
2년 뒤라고 하면 1년 안에 실현되고 5년 뒤라면 2년 안에
이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역시 인터넷은 축지와 축시의 마법사인 것
같습니다. 노키아사는 자사가 중심이 돼 개발한 블루투스에 대해서
특히 강조를 하더군요. 이 기술을 이용하면 휴대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은 채로 다른 기기와 통신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PC 등에 접속하지 않고도 일정 거리 안에서
그대로 전송할 수 있는 것이죠.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텍스트 위주의 기존 HTML언어는 조금
불편합니다. 이래서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이 주목을
모았습니다. 박람회와 함께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XML이 HTML을
대체할 것인가'가 큰 주제였지만 그 열기가 박람회 현장에 이어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비싼 가격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고
하더군요.
초고속 인터넷과 관련 두드러진 특징은 지난해까지 초강세를 보였던
케이블 모뎀이 시들해진 반면 ADSL 등 DSL(디지털 가입자 회선) 관련
제품들이 거의 독무대를 이루었다는 점입니다. 어느 부스를 가나
ADSL, SDSL, HDSL 등 DSL 일색이었습니다. 기조연설을 한 AT&T사의
캐서린 B 얼리사장은 2000년까지 미국내에 2000개의 DSL 팝(기지국)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케이블 모뎀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비중을
두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춘계 인터롭에서는 케이블 모뎀이 많이 선보였다고 하는데 어찌 된
사연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송출 영역에 제한이 있는
케이블 모뎀에 비해 값과 안전성 면에서 DSL쪽이 낫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제품이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필립스사와 손잡고 내놓은 웹 TV는 우리가
앞으로 인터넷을 어떤 환경에서 사용할지 그 모습을 미리 보여 주는
듯했습니다.
웹TV는 윈도우로 치면 일종의 '플러그 앤 플레이'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서 본 프리젠테이션에서 인터넷에도
'플러그 앤 플레이'가 도입된다는 말이 있더군요. 저는 행사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측이 준비한 영화를 통해서 이를 먼저 체험할 수
있었죠. 리모콘 역할을 하는 무선 키보드로 모든 것을 조정하면서
화면에서 채널을 설정하듯이 뉴스, 스포츠 등의 서브 메뉴를 골라 웹
서핑할 수 있는 장치였습니다. 대중화되면 컴맹도 쉽게 인터넷을 쓸
수 있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한 달 시청료가
20달러(약2만4천원)가 넘어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았습니다.
3박4일 동안 부스를 빠짐없이 돌아 본 저는 '미국에서는 인터넷
인프라 열풍이 다시 한번 세차게 불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인터넷 기자를 하면서 네트워크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인터넷 비즈니스, 광고, 마케팅 등
곁가지에만 관심을 갖고 있었던 저를 반성하게 했죠.
물론 이번 행사에서도 e-commerce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떤 기발한
이벤트를 동원하면 회원수를 늘릴 수 있느냐'가 이슈가 아니라
'완벽한 지불·보안책이 무엇이냐'가 이슈였습니다. 제가 현지에서
들은 바로는 수익 모델이나 프로덕트보다는 이벤트와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들의 주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반면
인터넷 인프라 업체들은 주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한가지 저를 놀라게 한 것이 있습니다. 이번 행사에 우리나라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97년까지는 국내
업체들의 참여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전까지는 관람객이기만 했던
우리가 직접 벤더로서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박람회 장에 특정 국가의 국기가 걸려 있고 그 밑에 그 국가의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인 곳은 우리밖에 없었죠. 인도나 이스라엘의
벤처 기업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들은 스타트업 시티라고 해서 부스 맨
끝에 몰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내쇼날리티를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생긴 것만 인도인이었지, 미국 기업과 전혀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업을 하는데
내쇼날리티를 강조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아니면 불리할까요? 이 글을
읽은 회원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신진상 /아하!PC 기자(sailorss@ahap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