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척의 결혼식에 가기위해 서울의 영동대교를 넘게 됐다.
결혼식 장소가 삼성동이라 상계동 방향에서 강남으로 가는 유일한
직선로인 동부간선로를 경유해서 영동대교를 넘을 수밖에 없었다.

예정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할 생각으로 결혼식 두 시간 전에
출발했다. 화양리 고가도로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제아무리
막힌다는 영동대교라 해도 1시간 안에는 강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주차장에 서있다는 표현이 차라리
어울릴 정도였다. 안막히면 5분이면 가능한 거리인 화양고가에서
영동대교 남단까지 무려 1시간20분이 걸려 도착했는데, 그곳에 도착해서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영동대교 남단 청담동 방향에서 영동대교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차량들이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계속 밀고들어와
영동대교에서 삼성동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차량이 전혀 진행을 못하고
있었다. 신호가 바뀐 후에도 영동대교로 진입하려고 꼬리를 물고 있는
몰염치한 차들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겨우 두세대 진행하면 신호가
바뀌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바뀔 신호를 짐작해서 기다리려는
사람도 없었고, 자신의 차량이 상대차량의 진행을 막고 있는 데 대해
미안해 하는 사람도 없어 보였다.

내가 조금 늦게 가려고 마음 먹으면 오히려 더 빨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들 알면서 우리는 답답하게도 거꾸로 행동하고 있었다.

(손웅익·41·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