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미-북,
남-북관계에 대해 가는 곳마다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관계자들은 "통미봉남이라는 전술 아래 늘 하던 얘기를 되풀이한
것 뿐"이라고 평가했다.

백남순은 27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긴 했지만, "남측이 '7·4 공동성명' 3대 원칙을
존중하고 우리(북)의 협상제의에 응한다면 정상회담도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 고위 당국자가 언급한

것은 94년 김영삼-김일성 회담 추진 이후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발언에 무게는 싣지 않았다. 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은 "전후 문맥으로

봐서 진지한 목적으로 말한 게 아닌 것 같다"며 "북한은 아직

정상회담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고 평했다.

이같은 반응은 김의 발언이 그동안 북한이 내세워온 정치회담
전제조건과 같은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월 고위 정치회담을 제의하면서 우리측에 ▲'외부세력과의
반북 공조' 포기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 애국 인사와 단체'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 등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지난 8월에는 또
▲7·4 공동성명의 조국통일 3대원칙 ▲김일성의 전민족대결 10대
강령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조국통일 3대 헌장' 준수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오히려 "남북관계는 현재 최악"이라는 백남순의 발언이 북한의
진심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백은 이날 열린 미국 외교협회(CFR)
연설과 VOA회견에서 이 말을 되풀이했다. 유엔 연설까지 모두 3번씩
같은 말을 한 것은 남한과의 관계개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정부관계자들 설명이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이날도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 외교협회
관계자들은 백이 "미국을 '백년 숙적'으로 보지 않는다" "미측이
협력을 잘하면, 잘될 것"이라는 말로 미국측에 상당히 우호적인
접근을 꾀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역시 유엔총회 연설부터 해오던
말들이다.

북한 외무상이 미국 한가운데서 미국 외교협회 인사들과 만나고,
방송과 인터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들 입장을 알린 것은,
미국민에게 북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보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