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체첸공습이 계속 강화되면서 제2차 체첸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폭격을 계속하고 있는 러시아는 28일에도 30여차례 전폭기를 출격시켜 체첸 수도
그로즈니 부근 정유 공장과 석유 저장시설을 파괴했다. 6일째 계속된 폭격으로 최소한 민간인 36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습을 피하려는 난민들이 잉구셰,다게스탄,북오세틴 등 체첸 인근 자치 공화국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 비상대책부 관리는 『난민은 5만∼10만명으로 추산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날 『공습은 체첸이 러시아에 테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일축했다. 이고르 세르게예프
국방장관도 『반군 최후의 한명이 제거될 때까지 공습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강경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조만간 지상군이 본격 투입될 것이란 이야기가 러시아 국방부와 총참모본부 주변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러시아 고위 장성은 『다음달 10일 체첸에 「개입」한다는 작전 초안 준비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또 이같은 전면전 임박 분위기는 체첸 국경부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 제58군
병력이 체첸 인근 북오세틴의 모즈도크시(시)에 배치됐으며, 제99사단 탱크부대가 국경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군이 이같이 강경 일변도로 나설 수 있는 것은 현재 러시아 국민 여론이 「체첸 응징」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94-96년 체첸 전쟁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체첸을 동정했다. 굳이
독립하겠다는 것을 무력으로 막을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정반대다. 최근
계속된 아파트 폭발테러 사건으로 300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하자, 「테러 기지」 체첸을 「박멸」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세지고 있다. 한 러시아 언론인은 『이번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체첸인을 동정하는 식의 보도는
아군의 전의(전의)을 상실케 하는 이적행위일 뿐』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같은 러시아 정부의 강경노선과 관련, 크렘린궁의 음모설도 제기되고 있다. 12월19일 총선에서의
패배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크렘린궁측이 체첸전쟁을 명분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총선을 무기한
연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음모설은 마스하도프 체첸 대통령이 『최근 체첸 회교반군의 다게스탄
침공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사주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증폭되고 있다. 마스하도프에 따르면, 크렘린궁
막후 실력자인 베레조프스키가 점점 대세가 기울고 있는 러시아 정국을 전환시키기 위해 체첸 회교반군
강경파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에게 재정지원을 약속하면서, 다게스탄 침공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에
바사예프측은 『다게스탄 전투는 북카프카스 민족들을 러시아의 압제로 해방시키기 위한 위대한 이슬람
성전(성전)의 일환이었다』고 답변했다.

●91년 러시아서 독립선언...94년부터 2년간 전쟁

체첸은 북카프카스 산악지대에 위치한 인구 80만,영토 1만7300㎢의
조그만 자치 공화국이다. 주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로 17세기 러시아에
정복된 이래, 끊임없이 대러시아 독립항쟁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압도적인 러시아 무력에 의해 매번 진압됐으며, 1944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과 협력한다는 이유로 민족 구성원의 절반 가량이 희생되는
대탄압을 당하기도 했다.

체첸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은 소련 붕괴의 혼란을 틈 타,
독립을 선언하고 나선 91년이다. 러시아군은 94년 12월 체첸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전면 침공했으나, 체첸인들의 완강한 저항과 러시아
내부의 반전 분위기에 부딪쳐, 96년 8월 체첸과 평화협정을 맺고
철군해야만 했다. 이때 체결된 평화협정은 러시아군이 체첸 영내에서
완전 철군하는 조건으로, 체첸 완전 독립 여부를 2000년까지 미룬다는
내용으로,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의 연장에 불과했다. 현재 체첸은
온건파 아슬란 마스하도프 대통령 진영과 강경 회교 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다. 바사예프는 체첸 뿐 아니라 북카프카스
지방 이슬람 민족 전체를 러시아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초강경파로,
최근 다게스탄을 침공한 장본인이다. 러시아측이 최근 잇따른 아파트
폭발사고가 체첸반군에 의한 테러라고 규정하고, '테러기지 응징'을
주장하면서 대대적 공습을 감행하면서,다시 전면전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