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수수께끼'
바가레테 브룬스 지음
조정옥 옮김, 세종연구원간.

"1444년 뉘른베르크 시민 욥스트 핀데커는 샤프란(노란색의 염료)을
오염시킨 죄로 산 채로 화형당했다."

화가이며 예술사가인 마가레테 브룬스는 저서 '색의 수수께끼'(조정옥
옮김·세종연구원간)에서 고대 이래 수천년간 완벽한 색을 쟁취하기 위한
인간들의 끈질긴 투쟁사를 살피고 있다. 분석대상은 흰색과 검은색을 비롯,
빨강(색의 왕) 노랑(귀여운 공주님) 초록(천국의 무용수) 파랑(무한) 자주
(이방인) 등 8가지 색의 역사를 추적한다.

책을 읽으면 색깔은 불과 100년전까지만 해도 너무도 얻기 힘들고 비싼

것이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완벽한 색을 추출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연금술사의 그것과 맞먹었다. 그래서 색에는 신비로운 상징들이

덧씌워졌다. 가령 유럽인들은 15세기까지 주교나 왕, 법관의 옷을 물들이는

빨간색을 지중해산 연지벌레라는 곤충에서 얻었다. 그런데 신대륙에서 훨씬

품질 좋은 벌레가 발견됐다. 이후 유럽의 빨간색 공급권은 스페인 국왕이

독점했음은 물론이다. 또 희망봉 항로의 발견은 인도에서 수입되던 파란색

염료(인디고)의 가격을 뚝 떨어뜨려 유럽의 청염료산업을 몰락시켰다.

색을 향한 인류의 노력은 현대에도 이어진다. 고흐가 완벽한 태양색을
만들기 위해 지중해 가까이 작업실을 옮긴 것이나 프랑스 화가 이브 클랭이
모든 색을 빨아들이는 듯한 자신만의 파란색을 만들어 특허를 낸 사례 등이
그렇다. 하찮게 보아왔던 우리 주변의 색들에 인류의 역사가 어떻게 배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김한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