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몸뚱이 하나만 남았습니다. 가족도 집도 다 사라졌습니다.".

인구비례로 볼 때 대만 지진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난 중부 난터우
(남투)현 중랴오(중료)향. 마을 어귀에서 만난 천즈핑(진지평·35)씨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하루밤 사이 가족
7명을 몽땅 잃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부인 두 딸과 아들이 불과
몇시간만에 시신으로 변했다.

바나나 운송업을 하는 그는 지진이 덮친 지난 21일 새벽, 진앙지인

지지(집집)진에서 소형트럭에 바나나를 싣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지를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지축을 흔드는 대지진이 일대를 덮쳤다. 도로가

뒤틀리고 승용차만한 바위덩이가 굴러내려 길을 가로막았다. 눈감고도 훤한

그 길을 그의 트럭은 결국 지나가지 못했다. 급히 지지로 차를 되돌려

오토바이를 빌려타고 땀이 범벅이 된 채 집에 도착한 시각이 그로부터

약 두시간 뒤인 새벽 4시.

"골목 어귀에 건물들이 무너져내린 것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우리집은 진흙으로 지은 집이기 때문에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불길한 예감대로 그의 집은 흙벽돌만 나뒹구는 평지로 변해 있었다.
망연자실 울부짖는 그를 대신해 동네 사람들이 가족들의 시신 7구를
차례차례 꺼냈다.

"죽은 사람은 7명이 아닙니다. 아내 뱃속에 넉달된 네째가 있었으니
8명입니다. 돈이 없어 벽돌집을 못 지은 것이 너무 원통합니다. 온 식구가
한방에 모여 살만큼 가난했지만, 이번 추석엔 꼭 고기를 구워먹자고
약속했는데.".

천씨는 이틀 뒤 관 7개를 트럭에 싣고 타이난(대남) 화장터로 갔다.
"말 안듣는 아이들 혼낼 줄만 알았지, 옷가지 하나 장난감 하나 사준게
없는데…. 그 녀석들을 내 손으로 화장터에 싣고갔습니다.".

그에겐 이제 트럭 하나만 남았다. 트럭 운전석엔 갈 곳 없는 가족들
사진이 뎅그러니 걸려 있었다.

(* 중료(대만 남투현)=여시동기자·sdye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