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9·가명·초등 2년)이는 이번 추석을 엄마와 함께 보낸다.
추석이 지나고 엄마와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
작년엔 태어나서 처음 혼자 보육원에서 추석을 맞았던 성민이다.
그후 1년. 22일 오전 엄마의 손을 잡고 1년간 살았던 서울 강남의
S보육원을 찾은 성민이는 『엄마랑 있어서 너무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성민이가 보육원에 들어온 것은 98년 2월. 식당을 하던 어머니
황모(44)씨는 IMF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혼자 아들을
키우던 황씨는 더 이상 성민이를 보살필 수 없었다.
결국 하나뿐인 아들을 보육원에 맡겼다. 『성민아, 미안하다. 일년
후엔 엄마가 꼭 찾으러 올게 .』 흐느끼는 엄마에게 성민이는 오히려
『난 괜찮아』라며 어른스럽게 대답했다고 보육원 원장은 전했다.
그런 성민이었지만 가끔씩 넋이 나간 것처럼 보육원 정문을 바라보곤
했다. 3월이 돼 보육원 인근 S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친구를 많이
사귀었지만, 그늘은 사라지지 않았다. 보육원 원장(57)은 『성민이가
엄마 생각이 나면 한참을 울곤 했다』며 『보고픈 마음이야 오죽했겠느냐』고
말했다.
작년 추석 때 황씨는 아들을 보러왔다. 그러나 금방 돌아가야 했다.
황씨는 『엄마 따라가겠다』며 매달리는 아들을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울면서 달랬다. 엄마가 다녀간 후 성민이는 며칠동안 말을 잃었다. 성민이는
엄마 생각이 나면 엄마와 놀이공원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말없이 보곤 했다.
손을 꼽아 기다렸지만 그해 크리스마스에 엄마는 오지 않았다.
지난 2월 말, 새학기 개학을 며칠 앞둔 날 어머니 황씨는 약속대로 보육원을
찾아왔다. 빚쟁이를 피해 숨어다니기도 하고, 강원도 등지를 떠돌며 식당
종업원으로 일을 하느라 거칠어진 황씨의 얼굴에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황씨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일했다』고 말했다.
성민이의 손을 잡고 보육원을 나서면서 황씨는 보육원 사람들에게 『아이를
보살펴준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몇번씩 고개를 숙였다. 아들에게는
『보육원 친구들을 보러 자주 찾아오자』고 다짐했다.
IMF 이후 이 보육원에 맡겨진 32명의 아이들 가운데 부모가 찾아간 아이는
성민이가 처음이었다. 보육원 원장은 『전국 보육원에서 수많은 「버려진
아이들」이 쓸쓸한 추석을 보내겠지만,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을 만큼
신경쓰는 어른들이 적다』고 말했다.
황씨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다시 식당을 시작했다. 7개월여 만에 황씨는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고기와 부침개 등 음식을 장만해 왔다. 성민이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공차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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