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서울 한강성심병원 10층 강당. 산재환자 등 40여명의
관객 앞에서 극단 '와우뫼'가 산재 환자 부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연극 만들기」를 공연했다. 주연 배우는 지난 96년 산재로 하반신이
마비된 이상용(41)씨였다.

산재환자들의 고통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극단 와우뫼는 휠체어 환자
2명, 상반신 부분 마비환자 3명, 환자가족 3명 등 단원 모두가 산재환자와
가족들로 구성돼 있다. 극단 대표 정선화(59·여)씨의 남편(57)도 지난
91년4월 트럭운전을 하다 과로로 쓰러져 전신마비 환자가 됐다.

『움직이기는 커녕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남편이 삶의 희망과 재활의지를

버리려 하는 게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산재환자와 가족들의 말 못할 고통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6년간 남편 간병을 하던 정씨는 96년 같은 처지의 환자와 가족들을 모아
극단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공연횟수는 19회. 공연을 앞두면 하루 4시간씩
연습일정을 잡지만, 몸이 불편해 2시간을 넘기기 힘들다. 비 오는 날엔 못
나오는 단원도 있었고, 경련을 일으켜 연습을 펑크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를 지도하는 극단 '한강' 배우 유창수(31)씨는
『직접 재해를 당한 당사자와 가족이라 그런지 배역을 잘 이해하고
소화한다』며 『산업재해에 절망하지 않고 장애를 이겨내려는 단원들에게서
오히려 적극적인 삶의 의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올 3월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었다는 관객 김선구(46)씨는 『주인공이
전신주 위에서 감전돼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몸이 부르르 떨렸다』며 『재해를
딛고 일어선 배우들처럼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대표는 『산재환자들의 다친 몸은 치유돼도 멍든 마음은 쉽게 낫지
않는다』며 『패배감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