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에 실학을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다산 정약용
(1762∼1836)선생은 '일표이서(일표이서)'로 일컬어지는 저서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를 통해 사회운용의 원리,
즉 경세 이론을 남겼고, 그래서 사회개혁론자로 자리매김된다.
그러나 경세학의 근저에는 주희의 성리학에 대한 전면적 비판
속에서 태어난 독자적인 경학이 있었다.
지난 17일 다산학술문화재단(이사장 정해창) 주최, 조선일보사
후원으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다산의 경학과 경세학의
교류와 접점' 학술 회의는 그동안 사회개혁론 등 경세학의 측면에
치우쳐 온 경향을 반성, 다산학 연구의 본령이라 할 경학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 자리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우성 민족문화추진위원회 회장이 "조선의 현실문제를 다루어
놓은 그의 경세치용적 업적은 경학과 표리 관계를 이루는 '조선의
것'"이라고 경학과 경세학의 관계를 설명한 뒤, 다산의 경학에
대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서울대 금장태교수는 '다산경학의 탈주자학적 세계관' 발표를
통해, 다산이 경학을 통해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실용적 인간관을
제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금 교수는 "(다산이) 주자학에서
제시하는 천지인의 유기적 일체관을 깨뜨리고 천을 섬기는
신앙적 인간, 지(물)를 이용의 대상으로 발견하는 실용적 인간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금 교수는 또 주자학의 치밀한 사유체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서학(서학)의 세계관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이영훈교수는 다산의 경세론이 현실과 타협한 결과라는
식의 일각의 연구를 비판하며 '다산의 경세론과 그 경학적 기초'를
살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그간의 연구는 "인간이 평등하다면 정치적
지위, 신분, 토지소유에 있어서도 모두 평등해야 하는데 왜 '일표이서'의
내용은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비판은 다산 경학에서 나타나는
인간 평등관을 기계적으로 경세론의 기초인 양 해석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다산의 인성론은 경세학과의 연관에 있어
그 작용이 간접적이며, 경학에서 도출된 정치학과 경제학의 모습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다산 경세론의 기초를 그의 왕권론에서
찾으려는 연구(경희대 김태영 교수)와 함께, '상서에 관한 다산의 저술
'매씨서평'을 통해 그의 경학에 대한 소명의식을 살펴본(전남대
정병연 교수) 연구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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