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잘하는데 내치에서는…』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대통령이라면
이승만을 꼽을 수 있다. 여소야대로 고전하던 노태우 대통령도 한때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 동티모르 파병을 둘러싼 요즘 우리 상황이 이같은
얘기들과 뭔가 겹치는 듯 하다.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뒤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그쪽 지도자들은 각별한 경의와 사의를 표했다는 보도다.
동티모르와 인접해 각기 직간접 이해를 가진 두 나라로서는 동티모르
문제를 APEC에서 환기시켰을 뿐 아니라 한국군 파병용의를 앞장서 표명한
김 대통령이 정말 고맙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국내에서는「공수부대 1개 대대 400명 파견」이
보도된 그 순간부터 만만찮은 역풍을 맞고 있다. 동티모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90년대의 킬링필드」는 지구촌 사람들 모두가 나서서 막아야 할
일이지만, 우리가 전투부대를 보내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는
인도네시아와의 협력관계는 물론 무엇보다도 우리 젊은이들의 귀중한
목숨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월남파병 당시 우리정부는 복잡한 대미 협상과 함께 국내정파간의 의견
조정에 엄청난 갈등과 토론의 과정을 거쳤었다. 이번 파병의 경우는 물론
월남전과는 다른 점이 많다 해도, 당연히 여-야 협의과정부터 거쳤어야
했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파병」은 외국에서의 「대통령의 말씀」
한 마디로 기정사실화되다시피 했다.
야당쪽 주장이 아니더라도 지금 미국은 「200명 파병 및 병참 적극 지원」,
일본은 아예 「인적참여 제외, 재정 등 지원」일 뿐이다. 파병 주력국은
호주를 비롯한 인접국이거나 영연방 관계국이지만 규모도 우리보다 작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야당은 「노벨평화상을 노린 업적 쌓기」라는 말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이야 어쨌든 현정부가 미국 일본보다도 더
앞장서 열을 올리는 것이 어딘가 『왜 유난히 저러지?』 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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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봉 ○
- 영세업체 관공서 상납일지 발견. 진짜 사장은 공무원이 하고,
주인은 경리만 봤군.
- 올해 노벨평화상 최종 후보 5명으로 압축. 이젠 막판 스퍼트만
남았군.
- 국민회의 중앙당 후원회만 작년에 294억원 모금. 국세청 안끼었으니
깨끗한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