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총리공관 만찬에서 국민회의 의원들이 김종필 국무총리에게
직접 '2여 합당론'을 편 다음날인 17일,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논평 한마디도 내놓지 않고 시치미를 뗐다.
이영일 대변인은 "논평할 만큼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정길 정무수석 등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핵심당직자들은
이날 아침 총리공관에서 김 총리 주재로 열린 고위국정협의회에서도 이
문제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일단 논의의 출발신호를 올린 것으로
만족하고, '입조심'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국민회의 의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화제는 온통 ‘2여 합당론’
하나였다. 의원들은 특히 김 총리가 “국가를 우선해서 판단한다”고 말한
대목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이영일 대변인은 “합당부인론은 아니지
않느냐”는 데 그쳤으나, 다른 의원들은 “JP다운 매우 함축적인 표현”
이라며 ‘환영’과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
남궁진 의원은 "우리는 김 총리를 잘 모실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권정달 부총재도 "신당도 1차 목표를 합당에 두고, 그 다음에 좋은 분들을
추가영입하는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에게 처음 얘기를
꺼낸 설훈 의원은 "통합 신당이 출현하면 최대 수혜자는 김 총리이고,
자민련도 좋은 일"이라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JP 총재론'도 나왔다. 한 핵심의원은 "당연히 JP가 총재 하고, 우리
총재(DJ)는 명예총재 하겠지"라고 했다. 총선 공천권 또한 김 총리의 지분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자민련 지분이 현역의원 55명선이라면
「+알파」가 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합당 시기에 대해서는 "빠를 수록 좋다"는 게 국민회의쪽의 대세이다.
이인제 당무위원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총리의
자민련에 대한 '평정'이 끝나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 선거법이 통과되고, 12월쯤 되면 흐름이 급박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것이다.
신당추진위 쪽의 흐름은 엇갈렸다. 김민석 대변인은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목표에 부합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재정 성공회대 총장은 "신당내에서
전체적인 토론의 합의점하에서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고, 이창복 민주개혁국민연합 상임대표는 "단지 설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