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하게 펼쳐진 녹색 평원 뿐. 그리고 지평선이 그 평야를 에워쌌다.
전북 김제, 이 땅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때는 가을
초입. 풍성한 수확을 기다리는 거대한 지평선을 보며 가을을 맞는다.

김제, 하늘을 방해할만한 높은 산이 없다. 지표를 살짝 덮은 논을 빼면
거대한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를 찾은 사람들에게 맨 처음 다가오는
것은 하늘이다. 회색 도시인들에게 그 큰 하늘은 매우 낯섦, 혹은 역으로
매우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이정표를 따라 벽골제로 향한다. 이 땅 최고 저수지다. 여는 백제 유적과
같이, 벽골제도 수문 하나 달랑 남은 초라한 모습. 하지만 그 후손들은
주변에 근사한 농경박물관과 산책로를 꾸며 옛 영화를 부활시켰다. 벽골제에서
서쪽으로 길을 잇다 보면 그나마 눈을 가리던 인공구조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드디어 진짜 지평선이 시작된다.

아니, '선'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한자리에 서서 360도 돌아다보면 우리는
지금 '원', 거대한 동그라미에 포위 당해 있다. 그럼에도 마음은 새처럼 가볍고,
눈은 갈수록 청량해진다. 그 이유, 그 풍성한 들녘에 서면 절로 알 수 있으리라.
길이 광활면에 이르면, 논 사이에 난 농로 아무데로 불쑥 들어가 볼 일이다.
왜정 때 일본인들이 공출용으로 만든 간척지, 그래서 김제에서도 가장 넓은
평야지대다. 그 녹색평원에서 눈감고 귀 기울여 본다. 참새 소리, 새를 쫓는
공갈 대포소리, 그리고 팍팍한 허리로 그 끝없는 논을 갈며 내뱉는 농민들
한숨소리까지. 실로 지평선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월8일, 그 한숨소리를
도시인들과 함께 나누어 웃음으로 바꾸려는 '지평선축제'가 열린다.

이 땅 어디서 출발을 하건, 김제 도착은 꼭 해거름이어야 한다. 그 시간,
광야는 시나브로 지는 태양에 색깔을 바꾸고 어느새 객들은 마치 영화처럼,
마치 잘 그린 풍경화 속 인물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 여행수첩 >
▲가는길(서울기준):호남고속도로 서전주IC∼김제(3시간)
▲지평선 드라이브:29번도로 벽골제∼죽산∼광활면∼심포항.
반듯한 포장 농로 아무데나 들어가보는 재미!
▲벽골제:시내에서 이정표 따를 것. 남은 것은 수문 하나
뿐이지만 정비가 잘돼 있어 산보 즐기기는 그만.
▲금산사:김제에서 712번도로. 1400년 된 백제 고찰.
보물, 국보 문화재 즐비. 미륵전은 겉은 3층,
안은 통층 구조. 절 앞 산중다원에서 차 한잔도 좋다.
▲모악산:토착종교 대부분이 탄생한 종교 성지. 산행은 왕복 2시간30분.
▲먹을거리: 시내 식당들은 싱싱한 김제 농산물. 메기매운탕이 유명하다.
심포항:자연산 회. 갯벌에서 망둥어, 백합잡이 가능.
▲쇼핑:포도, 김제쌀'지평선' 등.
▲지평선축제:10월8∼10일, 벽골제 광장. 김제쌀 할인판매,
우마차 지평선 나들이, 벼베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
▲김제시 공보실:(0658)540-3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