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2일 삼성과 LG의 경기가 열린 대구구장. {이승엽의 홈런포는 오늘도 나오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돌았다. {비로 인한 들쭉날쭉한 경기 탓에 타격감각이 무뎌졌다}는 그럴 듯한 평까지 곁들여졌다. {스윙폼을 보니
체력이 많이 저하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런 우려들이 맞는 듯했다. 1회 첫 타석. 이승엽은 마음이 급한 듯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파울플라이아웃. 제대로 힘
한번 못써본 이승엽은 고개를 떨구고 돌아섰다. 두번째 타석서는 더했다. 헛스윙 삼진.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것이
역력했다. 세번째 타석에서는 상대가 아예 공격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스트레이트 볼넷. 이승엽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1루로
향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다.


5회 2사 1-2루. 4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초보 투수] 방동민(LG)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95년 타자로 데뷔한

방동민은 이날 처음 마운드에 올랐다. 볼카운트 1-2. 이승엽은 먹이를 노려보는 [라이언 킹]의 눈으로 4구를 기다렸다. 공이

방동민의 손을 떠나기가 무섭게 이승엽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딱∼.}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밤하늘을 갈랐다. 105m를 날아간 공은 좌측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한국야구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은 50호. 49호 이후 8일 만이자 4경기 만의 홈런이었다. 공의 궤적을 확인하던 이승엽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풀쩍풀쩍
뛰었다. 언제봐도 싫지 않은 그의 독특한 [홈런 세리머니]였다.

올시즌 경기당 0.41개(122경기 50홈런)의 아치를 그리고 있는 그가 산술적으로 가능한 홈런은 54.1개. 그러나 수시로
몰아치는 그의 장기를 고려하면 아시아신기록(55개)도 가시권에 있다. 경기는 장단 16안타를 몰아친 삼성의 15대4 대승.

/대구=이택진기자 tj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