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를 어떻게 추방할 것인가. 민주개혁
국민연합, 한국노총, YMCA전국연맹, 흥사단 등 전국 843개 사회
단체가 공동참여한 반부패국민연대가 지난달 24일 창립대회를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회장을 맡은 김성수 대한성공회 은퇴주
교(전 서울교구장)를 만나 반부패운동의 방향 등에 대해 물어보
았다.
-대표직을 맡게 된 특별한 뜻이 있으신지요.
"참여자들 중에 나이가 제일 많고 다른 사람들이 봐서 신부
니까 깨끗할 것 같고 해서 맡긴 모양입니다. 실무 전문가들이
많이 있으니 그분들 도움을 많이 받을 작정입니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쪽과도 협조할 계획이십니까.
"협조할 것은 해야지요. 하지만 정부가 한다고 해도 아직 신
뢰성이 부족한 것 같으니까, 민간단체에 힘을 실어주고 민간에
맡길 것은 맡기는 것이 좋겠지요."
-어느 분야가 가장 부패가 심하다고 보시는지요.
"왜 요즘 남의 돈을 받은 정치인들 정치자금이니 대가성 없
는 돈이니 하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지
도자라는 사람들이 깨끗했으면 좋겠어요. 몇백만원 받으면 감옥
가고 몇천만원 받아도 대가성 없다고 하면 괜찮고…."
-누구보다 정치인들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재수없게 걸렸다 하더라도 내 죄다 하고 가슴을 두드려야
합니다. 남도 죄 있는데 하지 말고, 탁한 물속에서 깨끗한 물
한방울이 되도록 해야지요. 국민들도 자기만 편하려고 공무원들
한테 돈을 주면 안되겠지요."
-며칠전에 '옷 로비'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보셨는지요.
"서글픈 일이지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었습니다. IMF사
태 와중에 그런 사람들은 한벌에 몇천만원 하는 옷을 함께 사서
입고 다녔다는 것 아닙니까. 단칸방에서 4∼5명이 살아야 하는
서민들에게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있을까요."
-상류층 사람들이 지켜야 할 도덕 규범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서울교구장을 물러나서 지하철-버스 타고 다녀보니까 내가
왜 진작 이러지 않았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더 많은 사
람들과 눈이 마주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을텐데. 그런
데 사람들은 높아지면 잊어버려요.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그런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리고 지도자들도 은퇴하면 지방으로 내려가서 주민들과 함께 어
울려 사는 생활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8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국제투명성 지수가 43위라고 합니다. 왜 우리 사회
의 부패정도가 계속 심각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마도 해방 이후 혼탁한 세상이 정리되지 못했고, 군인정
치가 들어서는 등 정상적으로 사회가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까
그랬지 않았나 해요.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수단 방법 안가리고
돈이면 된다 하고. 또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이웃을
모르고 내 것만 챙기다 보니…."
김성수 은퇴주교는 자신 소유의 땅 2000평을 기증, 지난 4월
인천시 강화군 온수리에 기공식을 가진 정신지체 장애인 근로시
설 '우리 마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60여명의 장애
인 학생들에게 목각과 도자기, 직물, 수경재배 같은 일을 가르
쳐 살아갈 길을 찾아주려고 한다"며 "숙련공이 돼 물건을 잘 만
들 수 있을 때 판로가 있어야 될텐데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