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달러=109엔대의 발판을 굳히며 다음 '공격'대상인 105엔선 돌파
를 엿보는 장세가 펼쳐졌다. 오전장 한때 109.04엔까지 급등(환
율하락), 108엔대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7개월여 만의 최
고치인 109엔대 전반 수준에서 이날의 주요 거래가 이뤄졌다.
엔강세의 원인은 미-일 경제의 향후 움직임을 둘러싼 엇갈린
전망 때문이다.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주
말 미국경제의 '자산디플레'를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호황을 거
듭하던 미국경제도 이젠 하강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반면 일본경제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났다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소비와 주택착공 건수 등 경기지표에 바닥을 쳤다는 사인이 곳곳
에서 나오고 있다.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으며, 본격회복만
남았다는 낙관론이 우세해졌다. 도쿄 주가가 급등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국제투자자금이 달러에서 엔으로 이동하
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구미의 기관투자가나 일본의 생명보
험사들은 그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로 자산을 운용해왔다. 그
러나 최근 들어서는 미국에서 돈을 빼 일본 주식이나 채권으로
투자대상을 바꾸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팔고 강세통화인 엔을 사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 시장 분위기는 엔강세 일색으로 굳어졌다. 엔강세를 저
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일이 공동으로 시장개입에 나서
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통화당국은 개입에 협조할 뜻이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인위적 환율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서머즈 재무
장관)는 등의 엔강세 방임 발언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일본측도 '미스터엔' 사카키바라 재무관이 퇴진한 이후엔 별
다른 개입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협조없는 단독개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일본 통화당국은 우려한다. "지나
친 엔강세는 가만두지 않는다"는 구두탄만 무성할뿐 실탄을 쏘는
시장개입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라면 달러당 105엔의 방어선도 뚫릴 가능성이 크
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본다. 일본 교고은행 하나이 겐 외환
실장은 "대장성과 일본은행이 대규모 시장개입에 나서진 못할 것"
이라며 105엔선 돌파가 임박했다고 전망했다. 뱅크 원 캐피털의
딜러 크레이그 래리머 씨는 "108.25엔에 구축된 방어선이 뚫릴
경우 105.75엔 까지는 쉽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자리수
엔환율 시대'를 예고하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