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에게 '자유'를 선고하다...결정론적 역사관 거부 ##

프랑스는 지식인이 가장 자유롭게 활동하는 나라이고 그곳에서 사르트르는
그 누구보다도 비판적 지식인을 대표한다. 한 사회의 주어진 질서를 비판적으
로 점검하고 더욱 자유로운 삶이 가능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읽고 생
각하고 쓰고 토론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사르트르보다 더 잘 보여준
사람은 없다. 그는 철학자, 소설가, 희곡작가, 문학비평가, 사회이론가, 잡지
출판인, 논쟁가, 사회운동가 그 어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집합명사였다.

사르트르는 일생에 거쳐 수많은 감동적 상황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선택하
고 그것을 행동으로 표출하였다. 그러기에 사르트르라는 이름 뒤에는 실존주
의란 말이 따라오지만 그의 실존주의는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요소들
과 융합하며 변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2차대전 상황 속에서 쓰여진 '존재와
무'로 대표되는 초기의 사르트르가 순수한 의미에서의 실존주의자라면 냉전
상황 속에서 '변증법적 이성비판'을 쓴 후기의 사르트르는 마르크스주의적 실
존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말했고 또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라고 선포하였다. 그가 볼 때 인간
은 기독교적 교리와 사회적 제도의 구속을 넘어서,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자
신 의 삶을 자유롭게 만들어나갈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
에 대한 가톨릭 교회와 프랑스 공산당의 비판에 대해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말로 응수하였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자신을 던지고 자유
롭게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생성의 존재로서의 인간 모습을 사르트르는 스스
로의 삶을 통해 보여주었다. 어느 곳에 정착하지 않는 보헤미안적인 삶, 그리
고 시몬느 드 보브와르와의 특별한 관계는 부르조아적인 안정과 삶에 대한 하
나의 도전이자 비판이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냉전 상황 속에서 사르트르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자신
의 존재론을 사회적 분석 차원으로 발전시켜야 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마르크
스주의와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넘어서 '마르
크스주의는 20세기의 넘어설 수 없는 지평이다'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사르트
르는 교조화되고 결정론적인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는 그
냥 아무 내부적 관계없이 하나의 시간과 공간에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인간들
의 집합이 아니라 집합적인 의지를 가지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융합된 집단'
의 모습을 통해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를 결합시키려고 하였다. 그것은 소
외와 착취의 관계를 벗어난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적 관계를 지향하는 것이었
다.

1956년 소련의 부다페스트 침공 이후 사르트르는 공산당과의 동반자적 관
계로부터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프랑스 식민지인 알제리의 독립
전쟁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서문을 통해 폭력의 피해자인 식민지 사람들이 독립을 위해 사용하는 폭력의
정당성을 옹호하였다. 그리고 프랑스 청년들에게 식민지 유지를 위한 비열한
전쟁에 징집을 거부하라는 내용의 '121인 선언'을 주도하였다. 1968년 5월 운
동 과정에서 사르트르는 '50년만에 민중과 지식인이 다시 손을 잡았다'라고
말했고 '우리들의 저항은 옳은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다니엘 콘벤디트와의 대
담록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후 사르트르는 마오이스트로서의 입장을 취하며
프랑스 좌파 집단의 옹호자 역할을 하였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이후 고전적 좌파 지식인의 전형이었던 사르
트르의 선택과 참여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역사적 결정론을 거
부하고 억압받는 자의 편에 서서 행위자의 실존적 선택과 자유를 옹호한 사르
트르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많은 지식인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래서 마르쿠
제는 사르트르를 가리켜 '세계의 양심'이라고 불렀다. 사르트르는 항상 기득
권의 수호보다는 보다 정의로운 방식으로 기존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사회참여
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모든 종류의 결정론과 환원론을 거부하고 인간
이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그의 실존주의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
이었다. (사회운동연구소소장·사회학)


1955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학사, 사회학과 석사,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 사회학박사. 현재 사회운동연
구소 소장. 저서: '의미세계와 사회운동' '녹색대안
을 찾는 생태학적 상상력' 및 역서 '현대 프랑스 사
회학'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