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독립에 반대하는 민병대원들은 주민투표가 끝난지 하루만인
지난 8월 31일 총검으로 무장해 유엔감시단(UNAMET) 요원과 현지 주민들을
불법 감금하고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사제 총기와 칼, 군용 무기들로 무장한 친 인도네시아 민병대원들은
유엔이주민투표를 부정하게 조작했다고 비난하며 산악지대인 딜리의 도로
곳곳을 봉쇄한채 유엔 요원과 외국 언론인, 독립지지 주민들을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
딜리를 활동무대로 하는 아이타라크 민병대원 3백여명은 딜리 서부의
한 계곡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대원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시위행진을
벌였고, 일부 민병대원들은 딜리의 공항과 항구, 인도네시아 영토인
서티모르와의 접경 등을 봉쇄해 독립을 지지하는 동티모르 주민들의
탈출을 차단했다.
아이타라크 민병대 지도자 에우리코 구테레스는 투표 결과가 나올때까지
주민들의 탈출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며 "내전을 원하지는 않지만 독립
지지파가 원한다면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이번 봉쇄조치는 포르투갈 정부가
동티모르에서 철수해유혈내전이 발생했던 지난 75년과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딜리에서 반독립 민병대들원들에 의해 수시간동안 감금됐던 유엔 선거
감시단원 및 외국 옵서버들은 자신들을 괴롭힌 사람들 중에는 인도네시아
군인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감시단은 전날 실시된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98.6%에
달한데 대해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높이 평가하며 동티모르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행위를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데이비드 윔허스트 UNAMET 대변인은 동티모르에서 야기되고 있는
긴장과 관련,"매우 우려할 상황이지만 인도네시아 치안당국은 상황을
통제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한 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무기를 내려놓을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립 반대 조직들은 UNAMET가 동티모르 주민들에게
인도네시아로부터 이탈할 것을 부추겼다고 비난하며 독립 지지파들과의
평화 및 화해를 거부하고 유엔중재단과의 면담도 거절했다.
유엔측은 이런 주장을 일축하고 다만 공식 항의가 있을 경우 중립적인
선거기구에 의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측 유엔 감시단을
이끌고 있는 팀 피셔 전 호주 부총리는 호주 ABC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민병대가 1백여명의 유엔 요원과 50여명의 현지인 등을 억류하고 있는 남부
글레노 마을에서 유엔 감시단 3명이 피살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윔허스트 대변인은 "전날밤 아차베 마을에서 한명이 숨진 것
이외에 다른 사망자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투표율이 매우 높았고 투표 당시 폭력행위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사실에 대해 매우 고무돼 있다고 제이크 사이워트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오가타 사다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동티모르인들에게 투표 결과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으며, 크리스 야노스키
UNHCR 대변인은 동티모르에서 대규모 난민 발생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딜리.워싱턴=연합뉴스=손재국특파원/jkson@yonhapnews.co.kr)
(딜리.워싱턴=연합뉴스=신기섭특파원 ksshi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