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시트콤'이란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MBC '점프'(월∼금 오후
7시5분) 주인공은 최불암이 아닌가 싶다. '남자 셋 여자 셋' 후속편
답게 '점프'는 청춘 남녀 세 쌍의 구조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주변
인물군도 유사한 구조다. 최불암은 '남자 셋 여자 셋'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 김용림 자리에 대입된다.
'남자 셋 여자 셋' 김용림도 그랬듯, '점프' 최불암도 소위 시트
콤 배역을 맡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전혀 코믹하지 않을 것 같은 연
기자다. 김용림은 엄격한 어머니 역할을 주로 했고, 최불암도 김승
호라는 대배우의 맥을 이으며 한국의 부성을 대표하는 연기자가 아
닌가. 그런 연기자들을 역으로 코믹한 자리에 배치해보려는 게 제작
진 전략인 것 같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김용림 기용은 성공을
거뒀다.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뒤틀어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기
법은 어떻게 보면 희극의 매우 전통적인 수법이다.
어찌 생각하면 최불암의 시트콤 출연은 만시지탄이 있다. 90년대
초 장안을 휩쓸었던 '최불암 시리즈'라는 엉뚱한 우스개소리를 생각
하면 말이다. 오지명보다 오히려 최불암이 일찌감치 코믹 시트콤의
대부가 되었어야 마땅했다. 어찌되었거나 최불암을 등장시켜 웃음을
자아내게 하려는 수법의 배경에는 '가부장적 이미지 뒤틀기'가 깔려
있다. 돌이켜보면 최불암 시리즈의 발생부터가 가부장적 권위의 해
체와 관련된 게 아니던가.
지난주 최불암은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내 사진과 어느덧 대학생
으로 큰 경석이란 아들의 갓난 시절 물건을 담은 상자를 보물상자처
럼 아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젊고 어여쁜 여강사에 끌려서 가족들
몰래 헬스클럽에 다니기도 했다. 그 속에는 해체되는 마지막 가부장
의 희극성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코미디는 특유의 웃
음소리처럼 어딘가 좀 헛헛했다.
하긴 최불암 시리즈 자체가 그랬다. 최불암 시리즈는 소위 썰렁
한 유머의 효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뒤로 썰렁이-덩달이-만득이-
사오정을 거쳐오는 동안 나는 시대의 웃음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맛이 간 쉰세대라고 왕따당하겠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유머와 거세
된 풍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극중 최불암은 나보다 더 그런 웃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썰렁이 혹은 덩달이 혹은 만득이 혹은 사오정
인양 행세하고 있었다. 그런 최불암이 내 눈에 부조리해 보이는 것
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소설가-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