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도 그런 마음을 갖고 글을 쓰건만 때때로 적잖은 실수
와 오류를 범하곤 한다. 그런데 잘못된 우리말 사용에 대해선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영어의 철자 하나만 틀려도 창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말의 중요성이 점차 잊혀져 가고 있
는 현실이 안타깝다. 내가 우리말 공부를 위해 곁에 두고 보는
한 권의 사전이 있다. 김정섭의 `아름다운 우리말 찾아쓰기 사
전'(한길사 간)이다. 아름답고 쉬운 겨레말을 찾고자 흘린 저자
의 땀방울을 쪽마다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일상생활에
서 잘못 쓰는 말글을 바로잡고, 외래어를 배격하며 쉬운 한글
사용을 주장한다. 먼저 잘못 사용하고 있는 말의 예를 들어보면,
모밀국수=>메밀국수, 삐까뻔쩍하다=>번쩍번쩍하다, 쓸데없이=>
소용없이 쓸모없이, 잊어버리다=> 모두 잊다 아주 잊다, 삐끼=>
여리꾼 등이다. 그리고 우리말로 바꿔 사용해야 할 일본말들은
수순=>차례 절차, 청부업자=>도급업자, 출산휴가=>해산말미, 필
히=>반드시, 하마평=>물망 등이다. 또한 우리말로 바꿔야 할 한
자들은 일상생활=>나날살이, 감언이설=>사탕발림 달콤한 말, 편
견=> 치운친 생각 좁은 생각, 객석=>구경자리 손님자리, 초조하
다=>안절부절못하다 마음졸이다 등이다. 저자가 우리말로 번역
한 다음과 같이 널리 쓰이는 영어들도 있는데, 예를 들면 개그
맨=>익살꾼, 블랙박스=>잠금상자, 컴퓨터=>슬기틀, 섹스어필=>
암수맛, 살냄새 풍김, 코트=> 웃옷, 팬티=> 속잠방이, 속속곳
등이다.
저자의 쉬운 우리말 고르기와 다듬기는 혼탁한 언어를 정화
하는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쉬운 말만 사용하면 복잡
하고 심오한 사유가 힘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나라말 텃밭에서
남의 말을 모두 솎아 내어야 한다는 외래어에 대한 저자의 지나
친 배타성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말과 글은 동시대 여러
문화들과 접촉하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외래어의 유입과 혼용은
불가피한 것이고 한글전용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모국어에 대
한 자부심이 제일 강한 프랑스가 반영어법을 제정한 이유도 어
디까지나 영어의 무분별한 사용에 제동을 걸려고 한 것이지, 프
랑스어의 순결성만 지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작가 고종석은 `감염된 언어'(개마고원 간)에서 언어 순결주
의가 파시즘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한편 작
가 복거일이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문학과지성사 간)에서 주
장한 영어공용어 주장도 문제가 있다. 언어란 단지 경제적 효율
성만 따져서 사용할 도구가 아니라 민족의 얼이 담겨있는 그릇
이다. 우리말의 특수성과 풍요로움을 위해 외래어 사용은 필요
하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무분별한 외래어 남용이
다.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