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의 무덤은 잘츠부르크
근교 아니프교회 뜰에 있다. 교회무덤을 찾는 이들은 카라
얀 묘를 쉽게 찾지 못한다. 크고 장엄한 곁의 무덤들과 달
리 비석 하나 없다. 철제 십자가에 작은 글씨로 적어놓은
이름만이 무덤주인이 카라얀임을 짐작케 한다. 베를린필하
모닉을 종신토록 호령한 지휘자, 빈필하모닉이 속한 빈악우
협회와 잘츠부르크음악제 예술감독을 지낸 스타 무덤치고는
초라하다못해 쓸쓸하다. '검소하게 묻어달라'는 유언을 따
랐다고 한다.
89년 7월 타계한 카라얀 10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걸작
연주가 쏟아지고 있다. 화제를 모으는 것은 영국 EMI레코드
가 발매한 '카라얀 오페라 에디션'. 카라얀이 50∼70년대
모노-스테레오 LP로 남긴 걸작오페라를 첨단 디지털방식으
로 리마스터했다. '금세기 위대한 레코딩' 부제를 단 오페
라 타이틀은 모두 10종. 모차르트 '요술피리' '피가로의 결
혼' '코지 판 투테',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훔퍼
팅크 '헨젤과 그레텔'. 베르디 '팔스타프', 슈트라우스 '살
로메'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스트라우스 2세 '박쥐',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잔드'도 들어 있다. 발매당시 평단
과 음반수집가들 찬사를 끌어낸 수연들만 모았다.
카라얀은 오페라 기획은 물론 무대를 디자인하고 무대감
독까지 자청한 오페라 프로듀서기도 했다. 이런 활약상은
오케스트라 지휘활동만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EMI '카라얀 오페라 에디션'에서 지휘자가 기용한 오
케스트라는 베를린-빈필하모닉도 있지만, 역시 런던 필하모
니아 오케스트라가 많다. '필하모니아'는 소프라노 슈바르
츠코프 남편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월터 레게가 카라얀과의
녹음 프로젝트를 위해 창단한 '카라얀 오케스트라'다.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와 손잡고 '라보엠' 같은 영상
오페라도 내는 등, 상업성에 기울었다는 비판도 따가왔지만,
카라얀은 음반을 통해 클래식음악을 대중화했고, 지휘대서
도 독보적 카리스마를 누렸다. 남긴 음반만 800종이 넘는다.
EMI '카라얀 오페라 에디션'은 '유럽의 음악감독'이라 불린
카라얀의 걸작오페라를 더듬는 사운드 다큐먼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