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3년 광주 동구의 정신질환자 수용시설인 은성요양원이 보건소의 요청에 따라 정신질환자 100여명에게 강제 불임수술을 실시했다고 한나라당 김홍신(김홍신) 의원이 22일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제 불임수술이 가족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신질환자나 부랑인 등을 수용하는 사회복지시설 전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부기구가 주도한 강제 불법 불임시술 사례가 확인된 만큼, 피해자들에게는 정부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제보를 받고 비서진 5명과 광주 은성요양원에 내려가 시설 운영자와 수용자, 피해자들을 조사한 결과, 83년 당시 시설원생 160여명 중 남자 60명, 여자 40명 정도가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으며, 불임수술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미혼이었다"고 밝혔다.
불임시술 등 가족계획사업을 규정하는 보건복지부 '가족보건 업무규정'은 가족계획사업 대상자를 '배우자가 있는 가임(가임)여성과 그 배우자'로 한정, 미혼자에 대한 불임수술을 금지하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은성요양원의 남자 수용자는 요양소를 직접 찾아온 보건소 이동시술반으로부터 수술을 받았고, 여성 수용자들은 소형버스로 5∼6명씩 외부병원에 실려가 수술을 받았다.
피해자 유모(46·가명)씨는 "수술대에 사지가 묶인 채 강제로 정관수술을 받았으며, 반항하는 사람은 구타당한 뒤 수술대로 끌려갔다"며 "정신이 거의 온전했던 사람, 미성년자들도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은성요양원 원장 은모(74·현 은성복지회 이사장)씨는 "30∼40명에게 불임수술을 했고, 미혼자로서 수술을 받은 2명은 다음해에 복원수술을 해줬다"며 "보건소에서 가족계획사업으로 불임수술을 시켜야 한다고 하길래, 광주시청에 문의했더니 '협조하라'고 해 수술을 받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측은 광주 서구 여성정신요양시설, 동구 부랑인수용시설에서도 불임수술이 이뤄졌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정부가 80년대 초반 2∼3년 동안 전국에서 사회복지시설 수용자들에게 불임수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83년 당시 광주 동구 보건소에 근무했던 조모씨는 "배우자, 보호자 동의서는 받지 않았지만, 본인 의사는 확인했다"며 "국가에서 정해준 불임수술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사회복지시설 등을 찾아다니게 됐고, 실적이 좋으면 포상을 받고 부상(부상)으로 해외여행도 갔다"고 말했다.
/ 박중현기자 j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