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강북구 H맹아원에는 방학을 맞아 자원봉사를 나온 인근
중-고교학생 3∼4명이 화장실과 복도, 계단을 청소하고 있었다. 하지
만 복도와 계단은 더 손댈 것 없이 깔끔했다.
"당연하죠. 2주일째 매일 다른 학생들이 와서 같은 곳을 청소하고
있으니까요."(총무과 유모씨·31). 유씨는 "장애인을 돌보는 데는 전
문적인 기술이 필요해 중고생들이 와서 할 일이 별로 없다"며 "교육
당국에서 학생들을 떠넘기다시피해 할 수 없이 청소만 시키고 있다"
고 털어놓았다.
여름방학을 맞은 중-고교생들의 자원봉사 현장에 여전히 확인도장
남발, 시간 부풀리기 등의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
수해 복구지원을 담당하는 파주시청 자원봉사센터 박경수(48)씨는
"세간도구를 세척하는 작업에 학생들을 투입했더니 한두 집에서 대충
그릇씻기 등을 도와주고는 확인도장만 받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고 말했다. 파주시는 본격적인 주택 내부수리가 시작된 지난 11일부
터 학생 자원봉사자는 받지 않고 있다.
구청의 거리 및 하천 주변 청소작업에 한번에 동원되는 학생은 200
여명. 일부 구청은 학생에게 일일이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번거로움
을 피하려고 학교별 참가인원 명단을 무더기로 해당학교에 통보했다.
서울 동작중 최병우(42) 교사는 "봉사활동을 성적에 반영하는 취지
는 좋지만 갈수록 확인서 받기가 전부가 돼버린 것 같다"고 우려했다.
봉사현장에서 학생들을 기피하면서 학생들은 일거리를 찾는 데 어
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종로구청은 "봉사활동을 할 장소를 물색해
달라"는 관내 중-고등학교들의 요청에 따라 쓰레기 줍기, 시설봉사등
프로그램 5가지를 따로 마련해야 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불만이다. "활동할 곳은 없고 막상 할 때는
봉사라고 할 수 없는 잡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서울 광양고 이
모양·17).
앞으로 중1 고1 학생에게 새롭게 적용되는 '파일형 학교생활기록부'
에는 봉사활동 내용과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기록된다. 현재 중학교
는 연간 15시간을 만점으로 활동점수를 표기, 고입내신에 반영하고
있으며 2000학년 대입부터 봉사활동 경력을 특별전형에 포함시키는
대학이 15개에 달한다.
종로구청 자원봉사센터 강원호(38)씨는 "정신교육시간을 별도로 마
련, 학생들이 봉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고 그
에 걸맞은 사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같은 형식적인 봉사활동 확인서를 소감문 등 구체적인 체
험 보고서로 하루빨리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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