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팬의 사랑을 먹고 산다. 올스타전은 팬들을 위한 잔치다.".

올스타전을 앞두고 축구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얘기다. 그러나 15일 잠실
올스타전은 이와 딴판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연맹과 선수 모두 한심
한 수준"이라며 "한국축구가 진짜 프로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며 혀를 찼다.

6만5000여 팬들은 남부의 안정환 이동국 김병지, 중부의 최용수 고종수 서
정원 등 최고 인기스타들이 후반들어 줄줄이 벤치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왜 하필 최고 스타들만 골라 빼느냐는 것이다.

남부 고재욱 감독은 "18명의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

했다. 일견 그럴싸하게 들린다. 하지만 톱스타들을 남겨두고도 충분히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었다. 올스타 감독이면 각 스타들의 상대적인 인

기도 고려해야 한다. '톱스타를 뺀 일스타전'은 팬을 무시한 발상이다. 팬은

톱스타를 보러 경기장에 갔다.

경기 내용도 팬서비스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올스타전은 "팬을 위한 쇼"
라고 할 정도로 팬서비스 위주여야 한다. 그런 까닭에 선수들은 스코어보다
멋진 드리블, 귀신 같은 패스, 절묘한 슛으로 팬을 즐겁게 해야 한다. 그러나
중부의 경우 후반전에는 무려 5∼6명씩 수비에 전념, 팬들에게 수비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자는 것인지 의도가 아리송할 지경이었다.

'골넣는 골키퍼' 김병지의 스트라이커 출장이 무산된 이유도 석연찮다. 코
칭스태프는 "몸이 좋지 않아서"라고 둘러댔지만 국내 선수중 가장 프로의식이
강한 김병지가 몸을 사린 이유로는 설득력 부족이다.

선수들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안정환과 이동국은 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사전에 연맹측과 약속을 하고서도 아무 설명없이 이를 거부했다. 이
들은 "연맹이 억지로 노래자랑을 요구했다"고 주장하지만 좋건 싫건 일단 약
속을 했으면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팬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선수는 프로
자격이 없다.

경기력에서도 참가선수 10명중 이기형 김현석 서동원을 제외한 나머지 전
원이 실축한 하프타임 캐넌슛 대회는 두고두고 화젯거리로 남게 됐다. 비록
이벤트성 행사였다곤 하지만 최고 스트라이커라고 자부하는 선수들이 GK도 없
는 골문을 향해 연속 '헛발질'을 했다. 스트라이커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수준
이었다. 이유가 어디에 있건 행사를 관장한 프로축구연맹(회장 유상부)은 책
임을 면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