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하늘의 모습을 닮은 신전
▨숨길수 없는 노래
▨눈길

홍수와 태풍으로 이웃을 고통스럽게 하고도 여름은 그냥가기 서
운한 듯 아직 건재하다. 그에게 말려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하얀
지면들 속으로 들어간다.

"바로 하늘의 모습을 닮은 신전'(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정란
옮김, 문학동네)에서 신을 사랑하고 또 그들에게 사랑받았던 통치
자의 면모를 만났다. 영웅과 절대자, 진정한 지도자 부재의 공허
한 밀레니엄에서 만난 '빛의 아들'이 다섯권의 감동과 흥분을 전
한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혼자 잠겨" "장난처럼 붉은 꽃
들을 매단 나의 절망"이 끝난 시인의 여름을 엿보았다. '숨길수
없는 노래'(이성복, 미래사). 강약의 조어가 이끄는 신비로운 세
계가 활짝 열린다.

'눈길'(이청준, 열림원)은 짧지 않았던 유학생활 동안 때로는
위안으로, 혹은 아주 강한 귀소본능이 자극제로 와 닿았던 책이다.
세번째로 읽으며 여전히 느끼고야 마는 29쪽의 잔잔한 울먹임.
아주 짤막한 단편영화처럼 각인되는 세가지 장면이 있다. 이불 한
채와 옷궤 하나, 시리도록 흰 눈길에서의 두사람, 그리고 그 정서
를 이해 했을 법한 독자인 '우리'가 갖는 각각의 생각 꾸러미 하
나.(예술제본 장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