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축협 회장의 할복소동은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된
농업분야의 대표적 개혁 정책인 농-축협 통합에 대한 반대의사의 표현으로
불거져나온 사건이다.
농-축협 통합 국면의 막판에 축협회장으로 선출된 신 회장은 임시국회 이전부터
"국회에서 농-축협 통합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적투쟁을 계속하겠다"며
투쟁의사를 밝혀왔다.
축협은 작년 4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로 농-축협 통합이 가속화된 이후 줄곧
이번 사건을 [제2의 조폐공사 사건]이라며 농-축협 통합의 부당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결과 축협의 회원조합장과 중앙회 간부
상당수가 불법대출과 정부 지원자금 유용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수사결과 축협은 방만한 경제사업과 IMF로 인한 손해로 단위조합 200여개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조합으로 판명됐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과 통합 없이는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져 통합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난 81년 농협에서 독립한 축협은 농협과 달리 회원 조합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강해 그동안 농-축협 통합법안에 대해 노조와 축협 회원조합을 중심으로 강력히
반대해 왔다.
노조원을 중심으로 40억원의 투쟁기금을 마련한 축협은 간부들에 대한 검찰의
계좌추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충청-경북-경기지역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반대투쟁을 계속해 와 이번 소동은 이전부터 예상돼 온 측면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농-축협 통합에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 온 박순룡 전
회장을 불신임한 축협 조합장들은 농림부 축산국장 출신으로 축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인 신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반면 농협의 지지를 바탕으로 통합노선을 주장해온 농림부는 그동안 농-축협
신용사업 부분의 통합 및 분야별(농협 및 축협) 대표이사제를 골자로 하는
통합안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김성훈 농림부 장관 이하 1급 이상 간부들은 전원 사표를 제출하고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통합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전원 사직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농림부는 "내년 총선을 앞둔 정기국회는 파장국회로 통합법안을 다룰 수 없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결정을 지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져왔다.
임시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난항을 거듭하던 농-축협
통합법안은 회기 막판 이우재 의원과 이길재 의원의 중재로
정부안에서 상당수 후퇴한 막판 중재안을 도출, 평화로운 해결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축협은 통합법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헌법소원을 비롯한 법적소송과
등록증 반납 등 전면투쟁에 나서겠다고 호언해 왔다.
농림부 관계자는 "신 회장의 돌출행동과 농-축협 통합법안의 정당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미 충분한 토의절차를 거친 농-축협 통합법안은 부실한 협동조합의
자생력을 길러줄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