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개막된 '허탕'은 재주꾼 장진이 연출한
연극중 가장 묵직한 주제와 대면한다. 우화적 공간으로 꾸며진 '감
옥'속 세 죄수의 드라마엔 인간이 어떻게 존재하고 살아가야 하는
가 하는 실존적 고민이 진하다. 그런 무거움을 감싸고 있는 장진
특유의 기발한 재치와 풍자,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을 만나는게 이
연극을 보는 재미다.

베를린 필이 연주하는 비제의 오페라가 흐르는 극중 호화판 감
방이란, '바깥 세상과의 차이라곤 자유 없음밖에 없다'는 점을 더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갇힘'을 더 잔인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다.갇
힘에 대한 세 죄수들의 서로 다른 대응방식은 의미심장하다. 잡범
장덕배는 끊임없이 탈출을 꿈꾸지만, 사상범 유달수는 여죄수 서화
이와 점차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중독된 자는 안락한 감옥 환경에
자꾸만 적응돼 간다. 그러나 일과처럼 창살을 쇠톱으로 갈아내던
장덕배는 말한다. "끊임없이 자유를 꿈꾸며, 하지 말라는 것을 하
는 게 죄수의 최소한도의 '예의' 아닌가." 창살을 자름으로써 갇힘
을 스스로 환기시키는 행동은 현실에서 늘 깨어있으려는 각성의 몸
짓 아닌가.

탈출을 꿈꾸는 장덕배와 사랑에 빠져가는 유달수의 엇갈림, 그
리고 여죄수 서화이가 뿜어내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염증을 통해
연극은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를 말한다. 문어체 대
사의 사이사이엔 "우린 하나님 명령을 따라야 해. 원래 조직이 잘
운영되려면 보스 말을 잘 들여야 하잖아."라는 식의 재기 넘치는
언어유희들이 객석을 웃긴다. 감시 모니터 10개를 설치한 것은 장
진다운 시도이겠으나 극의 긴장은 다소 이완시킨다.

'허탕'은 인간에 대한 괴로운 질문이다. 장진에 대한 예상과 달
리 통렬한 카타르시스 대신 보고 일어서는 관객의 뒤통수에 여운을
안기는 연극이다. 10월 31일까지. (02)763-8233.

(* 김명환기자mh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