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레이스는 이미 끝났다.".

'라이언 킹'이 하루도 쉬지 않고 사자후를 떠뜨리면서 크고 작은
사냥감을 독식하는 바람에 올시즌 MVP경쟁이 사라져버렸다.

우선 홈런. 이승엽(삼성)은 지난 2일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경신
한 뒤 8일 대구 두산전까지 6경기서 5개나 아치를 그리며 올시즌 대
포를 48개로 늘렸다. 특히 7일 두산전서는 신인 구자운을 제물로 자
신의 시즌 첫 만루홈런(47호)를 날리기도 했다.

경기당 0.44개꼴이던 홈런을 0.46개까지 올리면서 예상홈런도 58

개에서 60.3개로 늘려놓았다. 거침없는 무서운 기세다. 이 페이스라

면 35년된 아시아기록(64년 일본 왕정치 55개)뿐 아니라 지난해 맥

과이어가 깨뜨리기 전까지 MLB에서 로저 매리스가 37년간 누린 영예

(61홈런·61년)도 넘볼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이승엽은 홈런뿐 아니라 도루를 뺀 타격 전부문에서도 최상위권
에 올라있다. 8일 현재 타점(105개) 장타율(0.791) 출
루율(0.475)은 선두고, 타격은 0.341로 6위. 최다안타부문서는 132
개로 5위다.

200안타고지를 향해 성큼성큼 달리는 이병규(LG·147개), 타격
1위 김한수(삼성·0.368), 20승을 눈앞에 둔 정민태(현대·16승),전
인미답의 50세이브포인트를 노리는 임창용(삼성·39SP) 등은 예년
같으면 MVP를 노렸을 선수들. 그러나 이승엽의 기록에 견주면 초라
할 정도다. 한때 "우리 선수가 최고"라며 PR에 여념이 없던 소속 팀
관계자들마저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프로야구에서 한 선수가 이처럼 독주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 특
히 이승엽이 독보적인 신기록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최다홈런의 의미
는 엄청나게 크다. 이승엽이 지난해 타격 전 부문에서 골고루 상위
에 올랐음에도 MVP가 못 된 것은 바로 홈런부문을 놓쳤기 때문.

올 프로야구는 여러모로 '이승엽 예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