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물품의 효율적인 제공과 분배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현금을
기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천군에는 지난 5일동안 수십명이 전화를 걸어 현금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군청측은 이들에게 일일이 경기도의 은행계좌를
알려주고 이곳에 입금토록 했다.
연천에 산 적이 있는 이정임(60·서울시 마포구)씨는 6일 연천군
청 수재물품 접수처를 찾아가 현금 10만원을 냈지만 접수를 거부당했
다.
홍순창(LG플라자 대표)씨 역시 6일 군수실에 전화를 걸어 현금 기
탁 의사를 밝혔지만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군청측은 "현금 기탁
은 접수가 곤란하다. 꼭 연천지역에 기부를 하고 싶다면 현금대신 쌀
을 사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현금을 받을 수
없게 돼있는 규정 때문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일선 지방자치단체
가 현금 접수를 못하도록 한 것은 일선 공무원의 횡령을 우려한 조치"
라며 "신속한 구호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규정에 따라 현금은 경기도에서 일괄 접수한 뒤 재해대책
본부를 통해 재해지역에 지원되고 있다. 자연히 성금이 수재민에게
전달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연천 파주 등지의 수해 주민들은 "전국에서 의연금이 접수되는데,
정작 피해가 심한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
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연천군청에서 적십자사가 제공하는 식
사를 하던 김모(50)씨는 "수재의연금이 나한테 돌아올 걸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군청이 물품은 받을 수 있고 현금은 못받도록 한 규정이
누구를 위한 거냐"고 말했다.연천군청 관계자는 "96년 수해 때 수해
지역에 직접 현금을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 정부가 한시적으로 이
를 허용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현금 기탁을 허용하는 것이 좋다
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