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첫날이었다. 친척 집에 볼일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고속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 부산에 도착해서 정차 지점을 두 군데
지나 종착지인 사직고속터미널 부근에 이르렀다. 보이스카우트 단복
을 단정히 차려입은 어린 초등학생이 버스운전사 앞으로 달려나오더
니 "아저씨, 여기서 좀 세워주시면 안돼요?"라고 물었다. 곧이어 아
이 엄마인 듯한 아주머니가 아이 곁에 바짝 다가서면서 다시 내리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사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안됩니다, 아주머니. 지금 여기선 차
선 변경도 안될 뿐더러 아무곳에나 정차하면 벌금을 물어야 되고, 아
이나 아주머니도 위험합니다. 5분 정도만 가면 종점이니까 서 계시지
말고 아이 데리고 자리에 앉으세요.". 그러자 아이 엄마는 "아저씨
뭘 그러세요. 잠깐 문만 열어주면 될텐데…. 아저씨같은 사람 처음봐
요"라면서 운전사에게 따졌다.

운전사가 몇번이나 차분한 어조로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지만 아이
엄마는 자기 요구를 무시당한 것이 못내 억울하다는 듯 그대로 선 채
불평을 했다. 운전사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문을 닫아버렸
다.

버스안 분위기가 냉랭해졌지만 승객 안전을 위해 화를 내지않는
운전사의 참을성에 모두들 숨을 내쉬었다. 공공질서와 규범속에서 운
행해야 하는 버스에 타는 승객을 위한 자격증이라도 만들어야 하는건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정숙·40·주부·경남 양산시 중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