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명이 삶과 죽음을 벗어날 수 있을까? 그 어느 생명도 삶과
죽음을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뜻있는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문
제를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신라 불교의 꽃으로 표현되는 원효 대사가 뱀꾼인 사복의 어머니
장례에 참석해서 "태어나지 말라, 죽는 것이 괴롭다. 죽지 말라,
태어나는 것도 괴롭다"라고 말했다. 원효대사는 삶과 죽음을 괴로
움으로 표현한 것이다.
원불교를 창건한 소태산 대종사는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죽음의
보따리를 챙겨야 할 것을 강조하고, 생사에 대한 바른 견해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생사에 대한 견해가 잘못돼 있으면 삶도 죽음도 모
두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사는 본래 하나이고, 변화하는 것이고, 오고 가는 것이고, 돌고
도는 것이다. 그래서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은 생사를 일여, 변화,
거래, 순환으로 표현했다. 생사의 속성이 이런 것인 만큼 소태산
대종사는 "잘 죽는 사람이라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으며, 잘 나서
잘 사는 사람이라야 잘 죽을 수 있다"고 말씀했다.
우리의 소중한 생명은 그냥 얻어진 것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해서라도 한세상 잘
살고 가면 된다는 생각을 가져서도 안될 일이다. 그것은 잘 사는
것이 아니다. 어제가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며, 오늘이 없는 내일
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가? 진정 잘 사는 것은 착하게 사는 것이고,
진정 잘 죽는 것은 욕심 없이 죽는 일이다.
무엇이 그리 바쁜가? 진정 바빠야 할 것은 욕심을 채우고 명예를
구하는 일이 아니다. 나의 생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다. 우
리 모두 한 번이라도 죽음을 얼마만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 원불교 분당교당 교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