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 회담이 또 열렸다. 벌써 여섯번째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회담이지만
[평화체제]에는 근처도 못가고 있다.
한국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얻고자 하는 목표는 [긴장완화 분과위원회]에서 남북한
신뢰구축 조치중 하나라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난 회담에서 한-미가 제안한 신뢰구축 조치는 ▲군사당국간 직통전화 ▲판문점에
인도적 물자 교역을 위한 회랑 설치 ▲군사훈련 사전
통보 ▲군 장교 상호방문 등이다.
그러나 북한은 신뢰구축 조치에서 진전이 이루어지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이는 회
담 운영 전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미는 작은
조치부터 논의해 들어가자는 입장인데 반해, 북한은 미군 철수 등 [기본적인] 문제부
터 다루자는 전략이다. 개막 기조연설에서도 [미-북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라는 기존입장만 되풀이했다.
[평화체제 분과위]에서는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바꾸는 문제를 논의하게 돼
있지만, 지금까지 협정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회담 전망은 칙칙하다. 한반도 주변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6월 서해교전 이후 긴장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 재발사 문제가 점차 폭발성을 높여가고 있다. 북
한이 4자회담에 [성의]를 보일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 등 주변국의 관심도 미사일 문제에 쏠려있다. 4자회담의 곁다리로 병행해
열리는 미-북 접촉에 오히려 눈길이 쏠리고 있다. 4자회담이
끝날 때까지 미-북은 계속 만날 예정이다.
우리 회담 관계자들은 {페리 제안에 대한 북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데다 미사일
문제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회담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과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의외로 부드럽고 성의있는 자세를 보일 가능성을 완전히
지워버리기는 어려울 듯 싶다.
북한 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미-북 접촉에서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 문제를 논의할
회담을 열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북한이 중단된 미-북 미사일 회담을 속개하겠다고 천명한다면 적어도 회담이 열리기 전,
나아가 회담중에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