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물에 잠겨 강원도 양구군의 한 교회 생활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종구(44·노동)씨는 5일 아침 머리맡에서 '부모님께'라고
쓰여진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평소 집에서 말도 잘 안하던 아
들 성한(17·양구종고 2)군이 쓴 편지였다.

성한군은 편지에서 "우리 집이 망가져도 가족이 무사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하지 않느냐"며 부모를 위로했다.

"어머니 아버지, 집이 물에 잠겨서 많이 힘드시죠? 저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공들여 키워오신 집이 망
가졌으니까요. 우리가 힘들어도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
잖아요. 아버지 힘내세요. 우리 집이 망가졌어도 우리가 무사하
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잖아요."

성한군은 어머니가 과로와 충격으로 실신한 것을 걱정하면서,
수해를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어머니 아버지, 힘내세요. 저는 오늘 어머니가 기절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울었어요. 어머니, 집 걱정은 하지 말고 건강
걱정만 하세요. 어머니가 아프시면 저에게는 집이 망가진 것보다
더 큰 슬픔이에요. 어머니가 늘 세상일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
잖아요.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말고 꿋꿋
하게 살아가요. 아버지도 그러셨잖아요. 또 이런 일이 우리에게
만 있는게 아니라고요. 이번 비로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
들이 많이 있잖아요…."

성한군은 "예전에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가 부끄러워 길에서 아
버지를 만나도 못본척 한 적이 있었다"며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시멘트도 나르고, 아버지가 부끄럽지 않다"고 썼다.

성한군은 "주위에서 보내는 따뜻한 손길과 친척들의 도움을 생
각해서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예전의 화목하고 행복했던 모습으
로 돌아가자"며 "아버지 어머니 사랑해요"라는 말로 편지를 끝맺
었다.

편지를 다 읽고난 이씨는 아들을 꼭 껴안았다. 그는 교회를 찾
은 기자에게 아들의 편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