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본사 수재의연금 접수처에 한 60대 신사가 찾아왔다. "좋은
곳에 써달라"며 50만원이 든 봉투를 내미는 그의 손은 의수였다.
'노춘희'라는 이름 석자만을 남기며 떠나는 그를 붙잡자 "비 피해
는 신체장애만큼 계속되는 어려움이 아니니, 용기를 갖고 하루빨
리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씨는 지난 66년 여름, 억수같이 퍼붓는 비로 정전이 돼 두꺼
비집을 고치려다 감전사고를 당해 오른손을 잃었다고 했다. 서울
홍제동의 한 셋방에서 택시운전사를 하며 어렵게 살고 있었다는
그는 "운전사가 생계를 꾸려가던 손을 잃어 낙담이 이만저만이 아
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의수를 착용하고 계속 핸들을 잡았다. 78년에는 동
업자들과 택시회사를 차렸고, 현재 탄탄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노씨인 만큼, 불우이웃을 이
해하는 마음도 넉넉하다. 수재, 화재, 대형 교통사고 등 재해가
있을 때마다 남몰래 성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노씨는 "우리 아이
들이 TV에서 소년가장 등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 당장 전화하는
풍족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자는 권유에 노씨는 "내 이름 내려고 성금 낸 것 아니
오. 그저 이웃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잘 써주시오"라며 완강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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