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6㎜ 카메라로 찍어온 화면을 아내가 편집한다. 아내는 남편이
쓴 글을 다듬으며 내레이션을 넣는다.

서른 동갑내기 이윤정-이순천씨 부부는 얼마전 Q채널 객원 비디오 저
널리스트(VJ)로 선정됐다.

VJ란 카메라맨, PD, 구성작가까지 1인 다역을 하는 종합 방송인. 무
엇보다 제작비를 줄이는 덕분에 방송사들이 VJ를 선호하는 추세다. 하지
만 이씨 부부는 비용 문제에 앞서 "큰 방송사들이 다루지않고 다루기도
힘든 틈새 이야기를 세밀히 관찰해 잡아내는 게 VJ 임무"라고 했다.

이번 출품작 '수학여행'은 숭실고 물리교사인 남편 이씨가 지난 4월
말 수학여행에서 담은 학생들 이야기. 촬영엔 나흘, 편집엔 2주 넘게 걸
렸다.

다큐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은 아내 이씨가 먼저 했다. KBS 성우 출신
으로 프리랜서인 이씨는 '녹색 보고', '사람과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다큐에서 해설을 하면서 "나도 작품을 찍고 싶다"는 의욕이 솟았다 한다.

지난해 초 비디오 카메라를 구입한 게 '작품활동'의 계기가 됐다. 지
금 다섯살인 아들을 촬영한 필름을 보면서 화면을 자르고 꾸미는 요령을
익혔다.

컴퓨터가 능숙한 남편도 아내를 도왔다. 올해 초 아내는 문화센터 비
디오제작학교에, 남편은 VJ 과정에 등록했다.

아내의 졸업작품은 '시집가는 날'. 올 가을엔 '일본 결혼문화'를 주
제로 다큐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마침 친구가 일본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고 하니 금상첨화다.

이씨는 이처럼 소재를 가까운 곳에서 찾는다. 얼마전 여행지에서 밤
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나눈 대화를 모두 촬영해 왔다. "30대 남녀 사
이 화두는 일과 성이지요. 허심탄회하게 쏟아내는 가슴속 말들을 다큐에
쓰려고 담아왔어요." 남편 이씨는 학교와 학생이라는 주변환경을 세심하
게 관찰한다.

'너희들의 졸업식'이라는 작품은 졸업식 풍경을 선생님 시각에서 스
케치했다.

부부는 얼마전 집안에 작업실도 마련했다. 편집 장비를 갖추는 데 800
여만원을 들였다. "밤 9시면 아들을 부리나케 재우곤 작업을 시작해요.

보통 새벽 서너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지요." 부부는 "요즘엔 VJ들끼
리 단편영화를 만들거나 인터넷 방송 개국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단편영화와 다큐전문 소극장을 세우는 게 둘의 목표다. 연말쯤 그간
작품을 모아 상영회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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