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현실을 초현실적 환상으로 그려내는 젊은 시인들의 시
집이 잇달아 나왔다.

시인 김태동(34)씨가 첫 시집 '청춘'(문학과 지성사)을, 시인
김참(26)씨역시 첫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문학세계사)
를 나란히 펴내 90년대말 젊은 시의 새로운 감수성을 과시했다.

지난 91년 계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한 김태동 시인에게 '청춘'
은 제목 그대로 청춘기를 결산하는 시집이다. 그의 시는 90년대 시
인들을 지배한 '죽음'의 탐구 계열에 속한다. 90년대 시인들은 날
로 기괴해지는 현실을 그리기 위해 극단적 죽음의 풍경을 환상적
이미지들로 채색하면서 지금-이곳의 삶이 곧 죽음의 세계라고 외치
기를 즐겼기 때문이다.

김태동 역시 '얼마나 살고 싶었으면 이 바다는 혈흔인가 그는
쳐다보고 있다 그는 사람이다 그는 검은 눈물 흘리며 비석 더듬는
다 얼마나 그리웠겠는가 이 붉은 눈물 뚝뚝 거두어가 묵시!'라면서
기괴한 죽음의 풍경화를 내놓는다. 특이한 것은 김태동 시가 보여
주는 어두운 죽음의 세계에도 물고기, 나비, 산수유, 검은 소, 푸
른 개같은 생명체들이 산다는 것. 그 생명들은 하나로 어울려 원색
적인 무속화를 이루면서 김태동 시에 강렬한 색채를 부여한다다.

그런 의미에서 김태동 시는 서구적 초현실주의에 토속적 씻김굿
의 상상력을 동원해 죽음의 미학을 형상화할 뿐만아니라 생명의 원
초적 힘을 거침없이 그려낸다. "지금은 수몰된 경북 안동의 고향,
80년대 서울대 불문과 재학시절 보았던 분신, 젊은 나이에 돌연사
한 친구에 대한 기억들이 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인의 고백은 그
가 왜 죽음에 그토록 집착하는 지를 설명한다.

한편 첫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를 펴낸 김참 시인은
현재 부산대 국문과 대학원생으로 시단의 막내뻘이다. 이번 시집은
올해 '현대시' 동인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시간의 반대편으로 걸어 들어갔다. 시간의
반대편에는 달이 있었고 별이 있었고 둥근 기둥이 있었다. 두 마리
새가 기둥 위에…'라는 자유 연상의 공간이 이번 시집 도처에 흩어
져 있다. 연금술사, 마술사, 왕과 왕비 등등 동화적 인물들이 등장
하는가하면, 꿈 속의 정원 혹은 사다리, 계단 등등 몽상의 미로가
전개된다. 20대의 김참 시인은 한마디로 컴퓨터의 가상 현실과 판
타지 소설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대의 감수성을 시적으로 형상화하
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에 해설을 쓴 평론가 정끝별씨는 김참 시의 매력을 이렇
게 요약했다.

"우리가 그의 언어에 주목하는 이유는 환상의 미로 그 중심에
세기말의 음울한 재앙과 그 계시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가치를
판별할 수없는 불확정한 의미와 이미지들로 비끄러매진 그 환상이
커다란 수사학적 힘을 가지고 우리 속으로 침투하여 기묘한 울림과
꿈틀거림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