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에 치러진 민주 총선(6월 7일)을 계기로 진정 국면으로 향
하던 인도네시아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동티모르 지역 국민투표가 친인도네시아(통합)파와 독립지지
(분리)파의 험악한 대립으로 8월 실시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또
이 나라 북동쪽 아체주에서도 독립 반군세력과 정부군 교전으로 인
해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중동부 지역 암본에서도 폭력
약탈 소요사태가 재현되기 시작했다.
동티모르 독립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호세 라모스 호르
타(49)는 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외신기자들에게 "이번 국민투표
실시가 위협받게된다면 이후 동티모르는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경
고했다. 인도네시아군의 지원을 받는 통합파 민병대들과 독립지지파
들간에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동티모르 상황은 이들의 대립으로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당
초 8월 8일로 예정됐던 국민투표는 민병대들의 조직적 방해 및 공포
분위기 조성 등으로 8월 22일경으로 늦춰졌으나 이 날짜도 불투명하
다. 당초 연기를 제의했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투표에
앞서 현지의 안정 및 난민처리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6년 인도네시아의 무력침공을 받고 강제병합된 동티모르는
그동안 강압적 지배를 받아오다가 지난 1월 하비비 대통령의 제의로
독립의 가능성을 갖게 됐다. 유엔 감시하에 동티모르 인구 80만명에
대한 국민투표를 통해 ▲완전 독립이냐 ▲인도네시아의 자치지구로
남을 것이냐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5월부터 지금까지 유엔 선거
지원단 600명과 비무장경찰고문단 330명이 이곳에 배치됐다. 이들은
현지 인도네시아 군-경 6200명의 협조를받아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
러지도록 해야 한다.그러나 인도네시아 군-경과 민병대 모두 유엔감
시단을 환영하지 않고 있다. 동티모르 지지세력으로 보기 때문이
다. 이달 초엔 유엔 급식차량이 친인도네시아파 민병대들의 습격을
받기도했다. 동티모르 주지사 아빌리오 소아레스도 공공연히 민병대
들과 어깨를 같이 하면서 일종의 '선거방해공작'을 하고 있는 형편
이다.
현지 유엔 파견단의 이안 마틴 단장은 "선거인 등록 절차도 지연
되고 있다"면서 "인도네시아 경찰이 치안에 더욱 협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
다. 예정대로 선거를 치르면 된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현지 유
엔 파견단과 언론들은 "사실상 정부측은 손놓고 있는 실정이며, 이
런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면 유혈 불상사로 간다"고 우려했다.
역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무장반군과 정부군간의 대립이 격화되
고 있는 아체주에선 지난주 40여명이 정부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아체주 인권단체인 이스칸다르 무다 법률구조재단 관계자는 "지
난 23일 정부군들이 서부 아체 지역 한 학교에 주민들을 불러 모은
뒤 총을 쏘아 민간인 43명이 죽고 11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지 군사령부는 "31명의 반군이 교전중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 기독교도들과 회교도 주민들간의 유혈분쟁이 일어났던
동부 말루쿠주의 암본에서 또다시 폭력사태가 일어나 최소 14명이
숨졌다고 AP는 전했다. 26일 양쪽 충돌로 4명이 숨진데 이어 27일에
는 폭도들이 수백명씩 떼지어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약탈 방화 등을
자행했으며 경찰들이 이들을 향해 총을 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