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는 신대륙 발견이 별 것 아니라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달
걀을 세워보라"고 역공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흔들자, 그
는 달걀 한쪽을 깨뜨려 탁자에 세우고 나서, "모든 것은 시작이 어려
운 법"이라고 훈계했다.
콜럼버스는 깨뜨리지 않은 달걀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
으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달걀 세우
기는 노력만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달걀을 세울 수 있는 것은 1년중 단 하루 춘분날 뿐이라고 믿는
사람들도있다. 춘분에는 태양이 적도를 지나고 지구의 중력도 고르게
분포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그럴듯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한다. 실제
로 춘분이 되면 세계 여기 저기서 달걀 세우기 행사가 열린다. 알래
스카대학의 켄 그레이 예술학과장은 1985년 춘분날 동료 20명과 함께
무려 170개의 달걀을 세우는 이벤트를 벌였다. 달걀은 모두 싱싱했고
어미닭도 여러 종류였다.
그러나 달걀 세우기가 춘분에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러 실험들
이 행해졌지만, 춘분이 아니라도 달걀은 잘 섰다.
달걀을 세우는 데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은근과 끈기 뿐이다. 균형을 최대한 잘 잡은 뒤 살며시 손을 떼면 된
다. 달걀에 따라서는 비교적 쉽게 서는 것도 있고, 며칠씩 걸리는 것
도 있다. 잘 안되는 것은 일찍 포기하는 게 좋다.
일종의 속임수지만, 달걀을 세게 흔들어주면 더 쉽게 세울 수 있
다. 그렇게 하면 노른자를 중심에 고정시키는 알끈이 끊어져 노른자
가 아래쪽으로 처지기 때문에 균형 잡기가 용이해진다.
(*김형기 hgkim@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