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언어를 나눠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바벨탑을
쌓지 못하게 한 구약성서 얘기가 통합 유럽에서 반복될 지 모른다.
파이낸셜 타임스지에 따르면, 현재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사용
하고 있는 언어는 11종으로 유럽 의회 의원 626명은 제각기 모국어
로 발언하면 동시 통역사들이 10종의 언어로 통역한다. 유럽 의회는
200명의 동시통역사와 500명의 번역사들의 도움으로 지금은 그런대
로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EU가 동유럽으로 확대되면서 사용언어가
추가될 경우다. 5개국이 추가 가입하면 최소 240명의 동시통역사가
필요하며, 10년후에는 22개 국어가 EU내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이
경우 동시통역사만 462명이 필요하다.
EU 다국어 조정작업 책임자 장 피에르 코트는 "다국어란 EU의 민
주주의 정통성을 상징한다"며 "의원들에게 모국어를 포기하라고 권
할 수 없다"며 애로를 토로한다.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각 언어를 주요 언어로 번역해 다시 각국
언어로 번역하자는 것이다. 유럽 의회가 최근 승인한 이 방식은 통
역사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번역에 따른 문제가 만만
치 않다. 부패 스캔들로 공격받던 전 유럽 의회 집행위원장 자크 상
테르가 프랑스어로 자신이'결백하다(blanchir)'고 한 것이 '결백하
다는 말로도 모자란다(whiter than white)'로 통역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또 어떤 언어를 이른바 '파일럿 언어'라 불리는 주요 언
어로 선정할 지도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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