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타계한 하산 2세 모로코 국왕은 친서방 온건 외교노선을 견지하
며 중동평화 중재자로 나서는 등 탁월한 정치-외교력을 발휘, 모로코를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된 국가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61년 왕위에 올라 반식민-반제국주의 이미지를 보였으나, 점차 친서
방쪽으로 선회했다. 70∼80년대 좌익 야당과 90년대 이슬람 근본주의의
발호를 가라앉히면서, 정적은 분열시키고 온건세력은 제도권으로 포용하
는 등 내정에도 뛰어난 통치술을 보였다. 지난해엔 최대 정적을 총리에
임명, 아랍 세계 최초로 정권의 평화적 이양을 실현시켰다. 국왕으로서
뿐만 아니라 종교-정신적 지도자인 '아미르 알-무미닌(충실한 신도들의
군주)'로 국민들의 추앙을 받아 왔다.

하산 2세는 1929년 7월 9일 수도 라바트에서 모하메드 5세의 장남으
로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53∼55년 모로코가 프랑스
-스페인 보호령이었을 때는 부친을 따라 망명생활을 하기도 했다. 56년
독립 후 모하메드 5세가 왕위에 복귀했으나 61년 급서하자 왕위를 계승
했다. 77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을 중재한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
타인 및 요르단간 화해에도 중요한 막후 역할을 맡아왔다.

'모하메드 6세'로 왕위를 계승한 왕세자 시디 모하메드(35)는 이미
수년전부터 국가 외교업무를 수행하고 내각회의에 참석하는 등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85년 부친에이어 군 서열 2위에 올랐고, 이번 왕위계
승과 함께 군 최고 사령관직을 겸임하게 됐다. 93년 법학박사 학위를 취
득, 당시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자크 들뢰르 밑에서 몇달간 근무하기
도 했다.

아직 미혼. 이슬람권에선 전통적으로 미혼자의 왕위 계승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친 하산 2세도 61년 부
왕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을때 미혼이었으나, 왕위 계승을 위해 비밀리에
서둘러 결혼식을 올린 바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