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소속 회원 30여
명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임창열 지사는 즉각 사퇴하라! 검찰은 임 지사를 구속수사하라!"
이들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한 회원은 "도지사 부부가 900
만 도민을좌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위
를 지켜보던 40대 여성 민원인은 "부부가 나란히 검찰에서 비리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경기도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경기도의 많은 공무원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시선을 견디
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전날 행자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던 경기도
의 한 간부는 "다른 시-도 공무원들의 눈치가 따갑고 창피해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도망치듯 내려왔다"고 했다. 도지사 비서실에는 항의전
화가 쇄도했다.
경기도민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심한 분노와 부끄러움, 허탈감 속
에 빠져들고 있다. 음식점이나 다방에서, 어린 학생에서 노인에 이르
기까지 화제는 온통 임 지사 부부 수뢰사건이다. 한 30대 주부는 "최
고위공직자 부부가 한 사람을 상대로 따로 따로 수억원씩을 받아 챙기
다니, 그게 무슨 코미디같은 일이냐"고 흥분했다.
임 지사는 '일등 경기, 일류 한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지난
1년간 경기도정을 진두지휘했다. 좀체 움직이지 않으려는 공무원들을
채찍질하면서 밤새도록 일하게 만들었다. 외자유치를 위한 정력적인
활동은 칭송을 받기도 했다. 많은 경기도민들은 공무원들이 일하는 것
을 처음 실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일순간에 깨졌다. 기대치가 컸던 탓인지, 추
락에 따른 배신감과 낙담이 유난히 커 보인다. 음식점에서 만난 한 회
사원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부패의 상징처럼 돼버린 경기도를 떠나
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상처받은 경기도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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