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6일 폐막한 제46회 칸 국제광고제에서 런던 '로 하워드 스핑크(Lowe Howard Spink London)'사에서 출품한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지' CF가 필름 부문 그랑프리와 저널리스트상을 석권했다. 총60초 분량으로 제작된
인쇄부분 그랑프리도 역시 영국 TBWA London의 소니(SONY)의 비디오 게임 플레이어(Playstation) 포스터가 받았다. 포스터 어디에도 제품의 모습은 없다. 단지 남녀 젊은이들의 가슴 젖꼭지의 모양을 강조해 '자극적인' 게임플레이어임을 암시할 뿐이다.
'플레이스테이션'과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작품은 폴크스 바겐의 '웨딩'(BMP DDB London)편이다. 결혼 기념사진을 인화해보니 주인공인 신혼부부의 모습은 흐릿하게 나와있고, 반면 이들 뒷편 옥외광고판에 있는 '폴크스 바겐' 할인 광고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미디어 플래너들을 위한 상으로 올해 신설된 미디어 부문에선 뉴질랜드 141 Palace Plus Auckland의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 광고가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사이버(웹사이트 부문)에선 독일 숄츠 앤 볼크머의 http://www.eleven22.com이 그랑프리를 받았으며 사이버 캠페인 부문은 미국 오길비 인터렉티브 월드와이드의 http://preview.ogilvy.com/lions/이 선정됐다.
이밖에도 '올해의 광고주' 상은 영국의 버진 그룹, '올해의 인터넷 회사'는 미국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가 선정됐으며, 인쇄와 필름 양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광고대행사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에이전시' 상은 브라질의 DM9DDB Publiciade가 차지했다.
비폭력적이며 차세대를 고려하는 컨셉으로
올 칸 국제 광고제 심사위원장인 케이트 라인하드(DDB Worldwide 회장)는 "눈앞에 다가온 21세기는 이제 어린이들을 위한 시대"라며 "앞으로의 광고는 차세대를 위해 보다 순수하고 폭력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소재와 주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최근 5년간 한국작품이 본선에도 올라가지 못한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며 4~5년전만해도 미국이나 유럽 광고시장이 두려워할 정도로 강세였던 일본 광고 작품도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필름부문 심사위원인 일본 덴츠사의 토루 다나카씨는 세계 광고제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부진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아시아 지역 경제의 침체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 하우스 에이전시 시스템이 걸림돌이며 30초에 한정된 CF의 한계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이아몬드 베이츠 싸치앤싸치 코리아의 원혜진 대리(CR팀)는 이번 광고제 참관 소감을 간단명료하게 밝힌다. "본선에 오른 대부분의 작품들은 단순하고 교과서적인 느낌과 주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인쇄 부문은 마치 몇년전 광고시장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도 지울 수 없구요."
광고제 참가자들의 이러한 공통된 느낌은 올해 인쇄부문 국제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금강기획 조성룡 국장의 판단과도 일치한다. "각국 출품작들이 지난해에 비해 질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한걸음 물러섰다는 느낌이 듭니다." 조국장은 올 칸광고제의 심사기준에 대해선 "광고의 주제나 도구가 21세기에는 어떤 형태로 표현되어야 하는지, 또 인류의 '소망'과 간과해서는 안될 '기본'에 충실했는지 하는 것들에 비중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크리에이티브와 함께 매체 활용에 보다 많은 비중을
기존 광고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에게 상을 주는 것이라면 이제는 마케팅과 미디어 플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쇄지면, 공중파, 라디오 등 3대 기본 광고 매체에서 케이블, 위성, 인터넷, 옥외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는 각종 미디어를 각 상품과 소비자에게 어울리게 얼마나 잘 활용했는가도 그 광고의 성공여부를 평가하는데 큰 잣대가 될 것이다. 12년째 칸 국제 광고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로저 헤츄얼(66)회장은 이런 점을 고려해 '미디어 부문(Media Lions)'을 신설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각 매체를 잘 이용하는 업무, 즉 AE의 역할이 한층 부각될 것입니다. 과학과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역시 소비자들의 선호 매체도 다양해지고 있거든요. 이때 각 상품을 어떤 매체에 효과적으로 광고하느냐에 따라 상품은 물론이고 그 광고의 가치도 빛을 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IMF 위기'의 한파를 맨몸으로 딛고 일어선 한국 광고계. '광고 올림픽'이라 불리우는 칸 광고제에서 내년엔 인쇄-필름은 물론, 사이버와 미디어 부문도 놓치지 않고 세계 시장에 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