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12일(현지시각) 발표된, 한 민간단체의 여론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런 비난에 익숙해진 워싱턴 정-관가 및 언론인
들조차 놀랄 정도였다.

공공정책 분야 연구기관으로 활동중인 '우수한 정부를 위한 협의
회(Council For Excellence in Government)'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수도 워싱턴시에 위치한 연방정부를 더 이상 '국민
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
다. 더욱심각한 것은 연령별 조사 결과였다. 65세 이상 응답자의 56%
가 여전히 정부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다고 했지만, 젊은층에 이를
수록 그 비율이 줄어 18∼34세 사이에서는 69%가 "정부를 멀게 느끼
거나 소외됐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런 현상의 주범으로 지목된 대상(복수응답식)은 특수 이해관계
(Special Interest) 집단이 38%로 가장 많았고, 언론 29%, 선출직
공무원과 정당이 각각 24%였다. 이른바 '워싱턴 인사이더'로 불리는
로비그룹과 언론, 정치인과 정당 등이 '미국의 정부'를 미국인으로
부터 빼앗아간 존재로 꼽힌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 칼럼니스트 데
이비드 브로더는 "그럼 도대체 누구의 정부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조사는 정치권에도 즉각 파문을 낳았다. 특히 지난 6개월동안
3620만달러의 선거자금 모금에 성공, 역대 최고를 기록한 공화당의
2000년 대권 선두주자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등, 최근 대통령
선거를앞두고 쏟아지는 로비스트들의 '돈'이 호된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겉으로는 이번 조사의 심각성을 강조하지
만, 상대정당 비난수단으로 사용하는데 더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이
런 상황이니, 미국인들의 정치 불신은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