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언어학에는 언어학자가 아닌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꼽힌다. 촘스키는 펜실베니아대학 대학원
재학시절 데카르트의 철학을 공부하다가 연역법을 언어학에 도입할 아이
디어를 얻었다. 당시까지의 언어학은 각각의 개별언어 차이를 도출해 내
고 그것을 기술하는 데 주력하는 경험주의적 방법론이었다. 이에 반해 촘
스키는 원리를 먼저 도출해놓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케이스를 모으는 방
법을 택했다. 언어학계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300년전 철학자의 방
법론을 언어학에도 입함으로써 언어학 연구 방법을 바꿨다는 점이 그의
탁월한 업적. 촘스키가 자신의 1966년 저서에 '커티지언 링귀스틱스'(데
카르트언어학)이란 이름붙인 것에서도 데카르트의 영향을 알 수 있다. 또
개별언어를 관통하는 언어의 본질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플라톤 철학에서
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꼽힌다. 기존 언어학 방법론을 일거에 뒤집
은 그의 변형생성문법은 그후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언어학계를 석권했
으며 하워드 라스닉(코네티컷대), 리처드 케인(뉴욕대), 제임스 히긴보삼
(런던대) 스티븐 핑커 교수(MIT) 등 제자군을 배출했다.
한편 촘스키의 끝없는 사회-정치비판과 사회운동에는 마르크스와 조지
오웰의 영향이 거론된다. 그러나 촘스키는 마르크스에게 비판정신과 사회
분석 틀 정도만 제공받았을 뿐, 마르크스주의를 추종하지는 않았다. 소련
식 독재도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또 국가 권력과 억압적 제도에 대해 저
항한다는 점에서는 조지 오웰의 무정부주의적 영향을 받았지만 정부 자체
를 부정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적 의미의 무정부주의자도 아니다.이
러한 독특한 이데올로기적인 성향으로 그는 사회운동 과정에서 늘 외톨이
로 남았다.
국내에는 촘스키의 양면적인 삶 중에서 주로 언어학연구 업적이 집중
조명돼 온 편이다. '지배·결속이론:피사 강좌'(이홍배 옮김·한신문화사)
'언어에 대한 지식'(이선우 옮김·민음사) '영어의 음성체계'(전상범 옮
김·한신문화사) '최소주의 문법이론'(이종민 옮김·한국문화사) '언어와
지식의 문제:마나구아 강연'(이통진 옮김·한신문화사) 등이 번역됐다.그
의 사회-정치비판서로는 '미국의 제3세계 침략정책'(임채정 옮김·일월서
각)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김보경 옮김·한울) 등이 번역됐으며
최근 그의 평전 '촘스키, 끝없는 도전'이 번역돼 나왔다.
(* 김한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