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동부 밀레니엄 돔 건설 현장 사무실에 들어서면 흡사 도떼기
시장같다. 영국 사람들도 이렇게 정신이 없는가 싶다. 붉은 카펫을
깐 어엿한 사무실인데도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 발걸음이
종종댄다. 얼굴엔 생기가 넘친다. 무엇인가 거창한 것을 이뤄내고 있
다는 자긍심이 가득한 사람들에게서만 발견되는 표정이다.
영국의 2000년 축제는 "국토를 재건한다"는 웅지다. 말이 축제일
뿐 내용은 건설이다. 그 중심에는 92년 보수당 때 만들어진 한시적
기구, '밀레니엄위원회'가 중추 기능을 맡고 있다.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밀레니엄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국
가종합발전계획이라고 해야 맞다. 커뮤니케이션 메니저인 밴 러스 씨
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 그리고 중앙정부의 협조로 전국에서 이뤄지
는 거대 사업"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엄위원회는 크게 ▲캐피털 프로젝트 ▲밀레니엄 대상 ▲밀
레니엄 페스티발 ▲밀레니엄 돔 등 4대 사업군으로 나눠 추진중이다.
이중 캐피털 프로젝트는 13억파운드(2조6000억원)를 투자, 전국
3000개 중요 시설을 새로 재건하는 사업이다. 항만 부두, 시청 청사,
교회, 수로, 교량, 자전거 전용도로 등을 비롯해 녹지대, 삼림지 등
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인간 중심, 환경 친화적 구상으로 단일 사업에 최대 5000
만파운드까지 투자하고 있다. 이것이 밀레니엄위원회 사업의 기본 실
체다.교육, 환경, 과학과 기술,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2000년
축제의 핵심으로 삼은 것이다.
밀레니엄 대상은 개개인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취지와
아이디어는 좋은데 돈이 없어 실천을 못하는 사람에게 밀레니엄위원
회는 모두 2억파운드(4000억원)의 지원금을 준비했다. 지금까지 4000
명 정도가 혜택을 입었으며, 이 사업은 2000년 이후에도 계속된다.
예를 들면 웨일즈에서는 일반인이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문답 형
식의 포스터로 작성, 시내버스에 부착한 사람이 자금을 지원받았고,
발명가 클럽을 조직한 사람, 그리고 전직 광부들을 규합, 새로운 자
선단체를 만든 사람도 지원 대상자로 선발됐다. 15살 소년부터 92살
할아버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밀레니엄위원회는 수혜자 범위를
2004년까지 4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관계당국이 제작한 '밀레니엄 지도'를 펼치면 글래스고우에 세워
지는 과학단지에서 런던 대영박물관의 '그레이트 코트', 그리고 벨파
스트의 '오디세이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25개 핵심사업을 위시한 200
개 가까운 크고 작은 사업이 전 국토를 점점이 수놓고 있다.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는 의미에서 축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밀
레니엄 돔에서 펼쳐지는 갖가지 행사와 전국적으로 작은 커뮤니티 단
위의 밀레니엄페스티발이 있을 예정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책정된
예산만 1억파운드(2000억원)로, '5000 파운드(1000만원) 이상 프로젝
트'와 '5000파운드 이하 프로젝트'로 나누어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교육문화, 상상력, 자발정신, 지역봉사 등을 기본정신으로 하
고 있다. 불꽃놀이, 파티, 식음료비용은 한푼도 지원을 기대할 수 없
다.
영국의 '밀레니엄 축제'는 본질적으로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기념하고, 불꽃놀이하고, 조각과 음악, 전람회, 기발한 아이디어의
이벤트를 펼치는, 그래서 관광객을 모으고 흥청대기 위한 고전적 의
미의 축제와는 거리가멀다. 주민의 복지향상과 지역공동체의 발전,환
경보호, 과학융성 그리고 국토개발이라는 웅대한 국가 백년지대계를
새로 가다듬는 계기가 바로 '밀레니엄 축제'다.
영국 하원의 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는 "밀레니엄위원회가 영국
을 일으키는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있으며, 그 혜택은 21세기 동안
펼쳐질 것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혼 크리스 스미스 밀레니엄위원
회 위원장은 "우리들의 프로그램이 영국의 얼굴을 바꿀 것이다"고 자
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