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0)=
유창혁에게 의례 '공격수'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고 해서 그를 맹목적 싸움꾼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탁
월한 주먹을 지니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는 깃털처럼 경쾌
한 행마로 힘을 비축한 뒤 유리한 입지가 확보됐을 때 비로소
상대의 허점을 매섭게 추궁한다. 이 점에서 유창혁은 다소 무리
한 배경에서도 힘을 자랑하는 조훈현이나 조치훈, 사카다 등과
구별된다. 돌이 응고되면서 실속과 맥점을 찾는 이창호와도 대
조적이다.
13으로 한 칸 높게 받는데 17분이나 썼다. 18의 한 칸 뜀은
노타임. 누구라도 쉽게 둘 수 있으며 그만큼 평범한 점이다. 하
지만 19때 또 한번 뛴 20은 유창혁적 미학이 듬뿍 실린 행마라
는 찬사를 받았다. 한가해 보이지만 이 한수로 백의 잠재력은
충만해졌고 흑은 위 아래가 모두 추워졌다. 일단 요소를 선점한
뒤 맞보기를 만들어 상대로 하여금 고심토록 한 것. '타개파'들
이었다면 20으론 아마도 바로 22쯤에 뛰어드는 격렬한 수법을
택했을 공산이 크다.
흑이 21로 두껍게 보강하자 비로소 22. 이제는 '침투'라기
보다는 '갈라치기'에 가깝다. 24로 25 침입은 가 예상
되는데 흑으로선 대환영이다. 아직도 두 기사 모두 칼은 뽑지
않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