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반성했다. 그는 1일 국회 대표 연설을 "오늘의
사태들이 결국 우리 집권여당의 잘못이며 책임이라는 사실을 통감하면서
뼈아프게 반성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시작했다.
박 총재 연설은 예상 수위를 훨씬 웃돌았다. 그는 "오만해지면 그 어
떤 비판도 비난으로 들리고 독선에 빠지면 그 어떤 잘못도 소신으로 착
각하게 된다"며 연설 내내 옷 사건, 파업 유도, 금강산 관광 등을 지적
했다. 검찰에 대해서는 "정치의 시녀, 권력의 도구로 얼마나 많은 잘못
을 저지르며 이나라 법치와 민주를 왜곡하고 굴절시켰는가 참회하고 자
책해야 한다"고 했다. 또 "노숙자와 실업자가 거리를 메웠던 참혹한 시
절에 장관 부인들이 고급 의상실로 몰려다닌 것은 사법적 문제 이전에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 "파업 유도 의혹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다름아닌 공안 책임자라는 사실은 국가 권력의 작동에 잘못이 있다는 증
거"라고도 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에 국민이 없다"는 말도 했고, 이때문에 연설 도중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옳소" "말 잘하네" 하는 격려가 나왔다. 연설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한나라당 노기태 의원이 악수를 청하는 일까지 있었
다. 국민회의 쪽은 내내 조용했다.
이날 연설은 원래 훨씬 강하게 준비됐으나 막판에 부드러워졌다고 한
다. 특검제는 "전면적 특검제 도입이 유일한 선택이라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었으나 본인이 여권 최종 입장이 정해졌다는 이유로 "만병
통치약이 아니다"는 표현으로 바꿨고, 햇볕정책과 관련해서는 "교조적이
며 도식적으로 집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는 부분을 뺐다고
한다.
박 총재의 이날 연설에 대해 여권에서는 해석이 구구하다. 일부에서는
할말을 했다는 반응인 반면, 국민회의에선 고개를 저으며 배경에 의구심
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 박 총재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
박총재는 초유의 공동정권이 이만하면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또 통치권자 뜻을 받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옷 사건 이후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자민련 일각에선 최근 소속의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의
식해서 나온 연설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당
내 비판을 돌파하기 위해 선명성을 보였으리라는 해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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