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재개된 남북 차관급
회담은, 북측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논의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
인하는 자리였다. 북측 대표단은 1차 회담 때에 이어 서해사건을 또 거론한
데다 추가 비료지원이 시작돼야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
을 뿐 아니라, 월간조선 7월호에 실린 황장엽씨의 인터
뷰 내용을 새로운 트집거리로 들고 나왔다.

북측 박영수 단장은 전체 회의 말미에 별도의 수석대표 접촉을 갖
자고 제의한 뒤, 수석대표끼리 만나자마자 미리 준비한 별도의 성명을 낭독
했다. 박 단장은 "우리는 위임에 의해 월간조선 7월호에 게재된 황씨(황장엽)
의 서해사건과 관련된 전화 인터뷰 내용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
겠다"면서 "황씨의 인터뷰 내용은 우리 체제를 모독하는 것으로 이 사건은
남측의 계획적인 새로운 도발이며, 이 사건에 대한 귀측 당국의 책임있는
대답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양영식 우리측 수석대표는 회담 후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북측
이 월간조선 7월호에 북한의 최고 당국자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주
장했다"고 말했으나 북측 성명의 전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양 수석대표는 박 단장에게 "한국은 언론의 자유가 있어 정부당국이 언론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문제는 차관급 회담에서 제
기할 사안이 아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박 단장은 우리측 설명은
들으려 하지 않고 추후 회담에 대해 전화접촉을 갖기로만 하고 서둘러 회
담장을 떠나버렸다.

북측은 이날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첫 비료수송선이 출발하는 날 이산
가족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억지주장을 폈다. 이는 "남측은 북측에 7월말까
지 비료 20만t을 지원하고, 6월 21일 차관급 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를
우선 논의한다"는 합의서 내용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것이다.

북측은 비공개 접촉에서 수차례에 걸쳐 비료를 지원해 주면 차관급 회담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관련, '통이 크게 실질적인 방안'을 들고 나오겠다
는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회담장 주변에선 북측은 당초부터 이산가족 해결
방안을 갖고 오지 않았으며, 어떻게 해서라도 회담을 결렬시키지 않은 상황
에서 비료를 얻어가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같은 분위기는 회담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다. 회담장에 들어오는
남북 대표단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 있었으며, 특히 박영수는 취재진들이
양측 대표단간의 악수를 요청하자 "악수해서 다 될 것 같으면…"이라며 짜
증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박은 또 "회담이 잘 되려면 여러 가지 요인이
필요하다"면서 "그런데 남쪽에서 불길한 소식이 많던데, 회담에 영향이 없
기를 바란다"라고 말해, 뭔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할 것이란 예측들이 나왔
는데 이는 곧 월간조선 기사시비임이 드러났다.

북측의 입장이 이렇기 때문에 다음 회담일자마저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
다. 그러나 우리측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북측엔 비료 추가지원이 각각
필요해, 회담이 이어지긴 할 것이란 게 회담장 주변의 관측이다. 이와 관
련, 우리 대표단은 "양측이 전화접촉을 갖기로 했으니 아직 회담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1차 회담 때처럼 마냥 기다리진 않겠다
"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