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북한에 억류됐던 민영미(여·36)씨는 25일 오후 석방되
기 직전까지도 '귀순 유도'를 인정하는 자술서를 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
졌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민씨를 장전항의 컨테이너 가건물에 이틀간, 이후에는
'금강산려관'에 가두고 자신들이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강압수사'
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억류조치 이후 민씨를 '귀순 공작을 위해
파견된 한국의 훈련된 요원'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민씨에게 전담 여성수사관을 배치해 민씨가 화장실에 갈 때도 감시
하는 등 민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폈다고 한다.

현대측의 한 관계자는 27일 "관광세칙을 위반할 경우 대부분의 관광객이
'반성문'을 쓴 후 벌금을 냈다"며 "민씨 송환을 위한 협상이 길어진 것은
민씨가 끝까지 자술서 작성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씨는 자술서를 쓴 25일 오후 장전항에서 현대상선 소속의 예인선에 오를
수 있었다. 민씨와 동행했던 의사 오명재(30)씨는 "장전항 출발 후 한동안
가만히 있던 민씨는 갑자기 '잘못한 것 없어요. 용서해 주세요'를 연발하
며 벌벌 떨었다"고 말했다. 예인선 선장 허상원(40)씨도 "배에 올라 탄 민
씨가 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혼돈상태였다"고 말했다.

25일 밤 11시쯤 동해안 어로 북방한계선에서 예인선에 올라 민씨를 신문한
해경 관계자는 "민씨가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안내원이 묻는 대로 대
답했을 뿐이에요'라는 말을 되뇌었다"고 전했다.

민씨가 속초항에 도착한 직후 예인선에 올랐던 강릉 아산병원 정신과 전문
의 이건훈씨는 "한눈에 민씨가 극도의 공포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상태로는 대화가 불가능하겠다고 판단해 진정제가 투여된 링거주사
를 꼽았고, 기자회견을 취소시키도록 했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중앙병원에 입원한 민씨의 정확한 병명은 '적응장애 증후군'.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 평소 경험하지 못한 공포를 겪으면 나타난다. 불안,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이며 자신이 겪은 상황이 잊혀지지 않아 악몽을 꾸
는 병이다.

민씨는 지난 26일 밤 10시쯤 병실을 찾은 아들 송준영(12) 종훈(6) 형제를
품에 안고 "다시는 너희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